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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광산업과 일자리 창출

정부가 올해 국정의 최우선 목표를 경제성장과 일자리 창출에 두겠다고 밝혔다. 각 지방자치단체에서도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대책을 속속 내놓고 있다. 늦은 감은 있지만 반갑기 그지없는 일이다. 공공 부문에서 8만개의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정부의 계획에 실효성을 의심하는 국민들이 많은 것도 사실이지만 실업자 100만의 시대를 살고 있는 우리에게는 이렇게 해서라도 숨통을 터야 한다는 절박함이 있다. 실업은 비단 최근의 문제만은 아니다. 이제는 급한 불을 진화하는 재치와 함께 실업의 아픔을 근본적으로 치유할 수 있는 대책을 동시에 강구해야 할 때다. 정부는 약발이 더디다는 원망을 듣더라도 투자활성화와 산업육성을 통해 보다 안정적인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대책을 세워야 한다. 나는 50여년간 관광산업에 몸담아왔다. 고용창출에 있어 관광만큼 직ㆍ간접적으로 효과가 큰 산업은 없다고 확신한다. 한 산업의 고용증가가 전체 산업에 얼마만큼의 고용을 유발시키는가를 나타낼 때 `고용승수`라는 말을 쓴다. 관광산업의 고용승수는 0.062다. 우리나라 전체 산업의 평균이 0.029인 것과 비교할 때 2배를 넘는 수치다. 전세계적으로도 10.7개의 일자리당 1개의 일자리가 직ㆍ간접적으로 관광산업에 의해 만들어진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렵체(APEC) 역내에서도 관광산업에 의해 직ㆍ간접적으로 만들어지는 일자리가 오는 2010년에는 전체의 9.2%, 즉 10.9개의 일자리당 1개를 차지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례로 강원랜드 하나로 인해 일자리를 새로 얻은 사람이 무려 3,000명이나 되고 간접고용 인력은 3만명에 이른다. 파리의 디즈니랜드를 건설할 때 1만1,000명이 고용됐고 완공 후에도 6만5,000명이 새로운 일자리를 얻었다. `고용 없는 성장`은 앞으로 우리가 고민할 수밖에 없는 과제다. 제조업을 비롯한 대부분의 산업에서 정보화ㆍ자동화가 가속화되면서 인력감축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광산업은 구조적으로 이들 산업과 다르다. 관광산업은 사람에 대한 의존도가 가장 높은 고도의 서비스산업이고 오프라인이 더 매력적인 산업이다. 20대의 생기와 4,50대의 노하우를 필요로 하는 산업이다. 그래서 관광업계에서는 오륙도ㆍ사오정ㆍ삼팔선이니 하는 말을 들을 수 없다. 최근 `주5일 근무제`의 확산과 중국 관광시장의 부상은 관광업계에 큰 희망을 주고 있다. 하지만 이런 변화를 수용할 수 있는 충분한 투자가 없어 현재 갖고 있는 부족한 인프라만으로 이들을 소화해야 하는 현실이 안타깝기만 하다. 외국관광객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우리의 관광자원에 매력이 없기 때문이 아니라 이들을 유치하고 수용할 인프라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관광 인프라 확충에 대한 우리 사회의 지원만 현실화된다면 당장 들어올 관광객과 새로 생겨날 안정적인 일자리는 무궁무진하다고 본다. 다행히도 지난 4일 문화관광부가 올해 관광업계에 총 2,138억원의 관광진흥개발기금을 저리로 융자해 지난해(1,776억원)보다 20% 이상 지원 규모를 늘리기로 했다. 이에 따라 호텔ㆍ여행사ㆍ기획사 등 모두 117개사가 혜택을 입을 전망이다. 이 같은 조치는 지난해 이라크전쟁과 사스(SARSㆍ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에 이어 올 겨울 또다시 조류독감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관광업계의 경영난 해소를 목적으로 한 것으로 이해된다. 하지만 정부는 단기적인 `대책`뿐 아니라 중장기적 관점에서 관광기반시설 확충과 이에 따른 고용증대에 더 많은 관심을 기울여줄 것을 주문하고 싶다. 미래학자들은 우리 시대가 너무 빠르게 변하고 있어 지금 태어나는 아이들은 적어도 3~4개의 새로운 사회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고 한다. 정보화 사회의 수명도 머지않았으니 새로운 변화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한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지속적인 성장가능성은 관광산업의 또 다른 매력이 아닐 수 없다. 학자들은 인류가 존재하는 한 지금과 가장 가까운 모습으로 남아 있을 유일한 산업이 관광산업이라고 말한다. 당장은 정보와 기술이 최고인 것처럼 보이지만 시대는 변한다. 우리 사회를 이끄는 힘은 다른 곳에서도 얼마든지 찾을 수 있다. 반짝하는 산업보다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산업에 더 많은 기회를 주고, 그 안에서 안정적인 일자리를 창출하는 것이야말로 실업의 고통을 더는 지름길이 아닌가 생각한다. 21세기는 관광산업이 경제성장을 주도하고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관광의 세기`다. 관광산업의 육성을 통해 국부를 쌓고 일자리도 양산하는 쪽으로 눈을 돌릴 때다. <박재석 USC치대박사ㆍ뉴욕치대 임상교수ㆍ청담동 미프로치과원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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