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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게이츠 극복을/이균성 산업1부 기자(기자의 눈)
입력1997-06-20 00:00:00
수정
1997.06.20 00:00:00
이균성 기자
「소프트웨어의 황제」 빌 게이츠는 떠났다.사흘동안 그가 있었던, 지금은 빈 자리에서 「기대」와 「실망」 사이의 함수관계를 생각하게 된다.
개념만 나열한 디지털신경체계(DNS), 누구나 예측할 수 있는 뻔한 미래예언, 감동을 주지 못하는 어설픈 기부, 한 나라 장관의 구애를 뿌리친 오만과 배짱,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낸 장삿속 등.
애초 그를 기다리며 걸었던 기대는 적어도 이런 것은 아니었다. 물론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는 격언으로 그가 떠난 뒤 느끼게 되는 공허와 허기를 메우고 태연하게 대처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단순히 실망한 게 아니라 배신감을 느낄 정도라면 문제는 다르다. 그리고 그 배신감은 기대 자체가 애당초 터무니없던 데서 연유했을 터다.
사실 빌 게이츠에 대한 기대는 처음부터 공허했다. 그를 맞이한 우리는 어떤 목적의식도 없었다. 사흘간 수많은 사람이 그의 일거수 일투족에 모든 시선을 집중시켰지만 그에게 왜(Why) 기대를 걸고 무엇(What)을 바라며 그것을 어떻게(How) 얻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아무도 묻지도 않았고 대답도 없었다. 그를 초청한 주최측은 황제의 명성만을 빌려 일반대중과 기업 관계자들을 현혹했다. 언론들은 아무런 팩트도 없이 그의 명성하나만으로 지면을 할애했다.
빌 게이츠의 강연을 듣고 난 뒤 한 대학생은 이렇게 말했다. 『그게 미래에 대한 예언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강연이라기보다는 영업사원의 제품 홍보활동 같았습니다.』
3일간 그를 취재한 기자도 그 대학생의 의견이 단순히 젊은사람의 냉소로 들리지 않았다.
『이제는 빌게이츠를 극복할 때입니다. 그가 소프트웨어의 황제인 것과 국내 정보산업이 발전하는 것은 별개의 문제입니다. 그가 찾는 해답이 「마이크로소프트 제국」을 건설하는 것이라면 우리가 갈 곳은 따로 있지 않겠습니까.』
벤처기업가가 꿈이라는 그 대학생의 일침에는 뼈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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