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시장을 비롯한 경제정책 전반에 갈팡질팡하는 모습이 계속되자 국내 4대그룹 주력 계열사의 최고경영자(CEO)가 정부를 향해 직설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재계의 CEO가 정부의 정책에 대해 공개 석상에서 쓴소리를 한 것은 극히 이례적이다. LG그룹의 주력 계열사인 권영수(사진) LG디스플레이 사장은 2ㆍ4분기 실적발표가 있은 지난 9일 저녁 기자들과 가진 만찬간담회에서 최근 한국 경제의 위기상황에 대한 견해를 묻자 “정책의 일관성이 없는 것이 제일 불안하다”며 정부의 경제정책에 대한 불신을 감추지 않았다. 권 사장은 특히 환율문제와 관련, “좀 일관되게 가져가면 좋을텐데 왔다리 갔다리 한다”며 ‘롤러코스터 환율’을 초래한 정책의 문제점을 꼬집은 뒤 “최근 외국인들이 연일 주식을 매도하는 것도 결국 좋은 환율에 환전하기 위해 더 팔려고 나선 데 따른 것”이라고 해석했다. 권 사장의 이 같은 발언은 이른바 고환율 정책이 수출기업 입장에서는 환영할 만한 것이지만 정부가 외환시장에 과도하게 달러 매수-매도의 포지션 변경을 취하면서 기업들의 경영 방향 선택에 혼란을 주고 있는 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LG디스플레이의 경우 원ㆍ달러 환율이 달러당 10원만 올라도 연간 800억원의 이익을 남길 수 있다고 권 사장은 전했다. 그는 “한국 경제의 펀더멘털(기초 체력)은 나쁘지 않다.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다”면서도 “예측 불가능한 것이 문제”라고 불확실한 상황에 처해 있는 기업들의 고충을 다시 한번 토로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