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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모바일 서비스업체로 부상한 카카오의 핵심 임원들이 잇따라 회사를 떠나고 있다.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성장 동력이 한계에 직면했다는 신호라는 분석과 '제2의 카카오' 탄생을 위한 토양이 마련될 수 있다는 관측이 엇갈리고 있다.
20일 포털업계에 따르면 반승환 카카오 게임총괄 부사장이 이달 초 사직서를 제출했다. 반 부사장의 갑작스런 사의 표명에 카카오 주요 임원진은 물론 김범수 카카오 의장까지 만류에 나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반 부사장은 서울대 화학교육과를 나와 삼성SDS와 라이코스코리아, NHN을 거친 뒤 2011년 카카오에 합류했다. 카카오의 창업 공신은 아니지만 사업개발팀장, 게임사업부장, 게임사업본부장 등을 맡아 주요 사업을 잇따라 궤도에 올려놓으면서 사실상 '카카오의 2인자'로 꼽힌다.
반 부사장의 최대 성과는 지난 2012년 선보인 '카카오톡 게임하기' 서비스다. 모바일 메신저 카카오톡 가입자끼리 점수 경쟁을 벌이는 카카오톡 게임하기는 출시되자마자 폭발적인 인기를 모았다. '애니팡', '드래곤플라이트', '윈드러너' 등 카카오톡을 통해 출시된 모바일 게임은 단숨에 국내 게임시장의 지형을 뒤흔들었고 카카오 역시 게임하기 수수료를 통해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반 부사장은 이달 말까지 카카오에서 근무한 뒤 신생 벤처기업 창업에 도전할 계획이다. 하지만 핵심 인력인 반 부사장이 카카오를 떠나면서 카카오의 향후 전략에도 차질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공석인 게임총괄 부사장은 당분간 이제범 공동대표가 맡는다.
앞서 작년 6월에는 이확영 최고기술책임자(CTO) 겸 기술담당 이사가 카카오를 퇴사했다. 이 이사는 서울대 컴퓨터공학과를 나와 삼성SDS에 입사, 이후 프리챌 창업 멤버로 한류한 뒤 NHN 개발팀과 NHN재팬 등을 거쳤다. 이 이사도 카카오를 떠나 모바일 서비스를 기반으로 하는 신생 벤처기업 창업을 구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 임직원들은 핵심 임원의 잇따른 퇴사에 적지 않게 당황하는 모습이다. 지난해 사상 최대인 매출 2,100억원과 영업이익 680억원을 거뒀고 내년에는 코스닥 상장까지 앞두는 등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를 맞이하고 있어서다.
핵심 임원들의 잇단 사표에 대해 업계에서는 카카오의 성장 동력이 떨어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실제 카카오톡과 게임하기를 앞세워 국내 대표 모바일 기업으로 도약했지만 성장 동력이 크게 둔화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임원들의 잇따른 퇴사가 마냥 부정적이지는 않다는 분석도 있다. 카카오가 어느덧 창립 7년째를 맞은 중견업체라는 점을 감안하면 이들이 퇴사 이후 새로운 벤처기업을 창업해 국내 정보기술(IT) 생태계의 선순환 구조를 안착시킬 수 있다는 기대에서다. 과거 삼성SDS에서 네이버와 파수닷컴이 탄생하고, 데이콤에서 인터파크가 나올 수 있었던 것처럼 '카카오 키즈'가 IT산업의 새로운 축을 담당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카카오 관계자는 "회사 입장에서 다소 아쉬운 부분이 있지만 카카오는 임직원들의 창업을 전폭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며 "국내 IT업계에 '제2의 카카오'가 자꾸 나와야 장기적으로 국내 IT산업에 건전한 생태계가 조성되고 글로벌 무대에서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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