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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악화 가시화… 구조조정 올스톱
입력2001-09-18 00:00:00
수정
2001.09.18 00:00:00
■ 국내기업 파장SK.하이닉스등 해외지분 매각작업 차질
미국 테러 대참사와 보복전쟁 예고로 주가가 떨어지고 향후 전망이 불투명해짐에 따라 주요 기업들의 구조조정이 큰 차질을 빚고 있다. 미국의 보복공격 강도와 기간에 따라 주가가 크게 출렁거릴 것이 불가피함에 따라 구조조정 계획을 일단 유보한 채 사태의 흐름을 지켜보고 있는 것이다.
18일 업계에 따르면 SK는 SK글로벌과 SK㈜가 보유한 SK텔레콤 주식 1,292만여주를 일본 NTT 도코모에 매각하려던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보고 대책마련에 나섰다. SK는 지난 1월 당시 시가인 주당 29만3,500원을 적용, 페이퍼컴퍼니인 시그넘9에 텔레콤 지분을 넘겼으나 주가가 떨어지면서 협상에 난항을 겪고 있다. 이와 관련 SK측은 현재 가격인 21만원대에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 28만~30만원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알려졌으나 도코모측은 주주 이익과 한국 정부의 선발통신업체에 대한 비대칭 규제를 이유로 들어 난색을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SK 관계자는 "SK㈜와 SK글로벌의 경우 텔레콤 지분 매각으로 자금을 마련, 각각 생명과학과 글로벌 마케팅 사업을 미래사업으로 육성할 예정이었으나 이번 사태로 이 계획이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LG텔레콤도 내달 15~16일 5,297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실시, IMT-2000 사업을 본격화한다는 당초 계획의 재검토에 들어갔다. LG 관계자는 "이번달 말까지도 시황이 나쁠 경우엔 다음날 이사회를 열고 증자 시기를 다시 조절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LG전자도 LG카드 430만주, LG증권 1,018만주를 매각, 연말까지 부채비율을 150%대까지 낮추고 벽걸이 TV(PDP TV) 등 미래사업을 준비하려던 계획이 이번 주가 폭락으로 차질을 빚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최근 액정표시장치(LCD)사업 매각에 따라 급류를 타던 하이닉스반도체도 비상이 걸렸다. 자사가 보유한 미국 맥스터사 지분 17%(2,500만주)를 매각하는 작업이 큰 차질을 빚게 됐기 때문이다. 맥스터사의 주가는 지난 8월초 7달러 이상이던 것이 미 테러 직전 4.4달러까지 떨어진데다 앞으로 미국 증권시장의 폭락이 이어질 경우 주가하락은 불가피할 것으로 하이닉스는 보고 있다. 이에따라 하이닉스는 맥스터 지분을 매각하는 작업을 증시가 안정될 때까지 무기한 연기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이닉스의 한 관계자는 "지난주 뉴욕 금융가에서 현지 기관투자가들을 대상으로 공개입찰을 통해 매각하려고 했으나 IR 활동이 미 테러로 중단돼 보류되고 있다"며 "매각 성사에는 큰 어려움이 없겠지만 미국 증권가가 혼란을 겪고 있는 만큼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중공업은 이번 주가하락 파장이 연내 계열분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계열분리의 핵심인 현대상선 보유 중공업 지분 7.15%를 3% 미만으로 정리하는 작업이 주가하락으로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현대상선의 한 관계자는 "지난 6월말 중공업 지분을 12.46%에서 7.15%로 낮출때 주당 2만5,000원 이상에서 정리했는데 이번 사태 이후 중공업 주가가 2만1,000원대까지 빠져 괴롭고 힘든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중공업측은 "상선의 중공업 지분 매입가격이 1만6,000원에 불과했던데다 상선의 지분을 매입할 수 있는 자사주펀드가 1,000억원 가까이 조성돼있어 연내 계열분리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이지만 이같은 추세가 지속되면 곤혹스러운 입장이 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포항제철 역시 이번 사태로 세계 경제환경이 급속히 냉각될 것이란 전망아래 중국비중을 높이려던 중장기 경영 계획을 잠정 보류했다. 포철 관계자는 "당초 1억달러를 투자해 중국 대련, 장가항, 순덕 공장에 아연도강판 설비를 증설하려했으나 세계 경제 전반이 워낙 불투명해 경영계획 전반을 전면 재점검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 밖에 쌍용그룹, 동양그룹 등 보유 자산 정리, 계열사 지분 매각 등을 통해 경영 정상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는 기업들이 이번 사태로 구조조정 계획을 진행시키지 못한 채 사태변화의 추이만 지켜보고 있다./산업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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