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갤럭시S5가 흥행에 실패할 경우 삼성전자의 앞날에 먹구름이 낄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전자 고위 관계자는 21일 갤럭시S5에 대해 이렇게 평가하며 "오는 4월 본격적인 제품 출시 전에 국내외 체험행사 및 사전예약 카드를 들고 나온 것도 이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의 일환으로 갤럭시S5를 알리기 위한 마케팅 비용을 종전 제품보다 30% 이상 높게 책정하고 전사적인 역량을 집중한다는 전략이다. 이 이면에는 갤럭시S5가 글로벌 1위다운 명품 흥행을 이어가지 못한다면 삼성전자 전체가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분석 때문이다.
실제로 휴대폰이 포함된 IM(IT&모바일) 부문은 삼성전자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IM 부문의 지난해 실적을 보면 전체 매출액의 60.7%, 영업이익의 67.8%를 차지하고 있다. 휴대폰은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70%가량을 차지하는 핵심 사업.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가 지난달 열린 'MWC 2014'에서 갤럭시S5를 조기 공개한 배경을 둘러싸고 논란이 불거진 후 의구심은 여전히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며 "여기에 이례적으로 출시 전 대규모 체험행사까지 진행한다는 것은 그만큼 이번 갤럭시S5의 흥행 성적표가 휴대폰을 넘어 삼성전자의 위상을 좌우한다는 내부 위기의식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대규모 체험행사, 성공에 사활 걸다=삼성전자가 전략 스마트폰을 출시하기 전에 일반 소비자들에게 미리 공개한 적은 단 한 차례도 없었다. 통상 출시 전날이나 당일 미디어 공개 행사를 통해 가격 등 세부정보를 알렸다. 그러나 이번에는 소비자들이 출시 당일 제품을 직접 체험하도록 하는 방식을 택했다. 신작에 대한 소비자들의 기대감과 신비감을 최고조로 올려 광고효과를 극대화했던 기존 방식과는 상반된 행보다.
이번 대규모 체험행사 및 사전예약은 그만큼 이례적이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의 불가피한 선택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무엇보다 갤럭시S5가 출시와 동시에 전작에 비해 하드웨어 기술이 크게 발전하지 못했다는 기술혁신 논란에 서 있다는 점이다. 삼성전자로서는 억울한 측면이 있지만 자칫 이 같은 오해가 확산되면 갤럭시S5 흥행에 역풍이 맞을 수 있어 소비자에게 사전체험이라는 카드를 꺼내 든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다 국내외적으로 휴대폰 시장이 침체기에 들어가고 있다는 점도 한몫하고 있다. 아울러 국내의 경우 이동통신사들의 영업정지와 겹쳐 이례적으로 선공개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신제품에 대해 말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관심이 높다는 방증이기도 하다"며 "이런 상황에서 갤럭시S5를 체험하고 제품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돕는다며 오히려 갤럭시S5 흥행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했다"고 말했다.
◇고가정책 접고 명품 폰 이미지로 총력=갤럭시S5는 프리미엄 제품으로 당초 105만원 이상 가격까지 예상됐다. 그러나 시장 예상과 달리 삼성전자가 갤럭시S5를 80만원대 초반 가격으로 책정한 것은 그만큼 고가정책에 대한 시장의 반감이나 압력이 크다는 것을 수용한 전략적 판단으로 해석된다.
삼성전자 내부적으로도 고가정책을 놓고 고민이 많았다는 후문이다. 지난달 MWC에서 갤럭시 S5가 첫선을 보였을 때부터 삼성전자 측은 "합리적인 선에서 가격이 결정될 것"이라고 꾸준히 언급할 정도로 대외적 시각에 촉각을 곤두세웠다. 시장에서도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와 디스플레이 등 하드웨어 사양이 기대보다 높지 않아 부품 단가 조정 등을 통해 전작보다 낮은 80만원 초중반선의 가격대를 책정할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에서 80만원 초반을 비롯해 미국은 무약정으로 70만원대 후반 가격 제품들까지 공개됐다. 다음달 11일 출시되는 국내에서도 출고가가 80만원대로 책정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일종의 승부수로서 가격은 보급형, 성능은 명품 폰이라는 실리를 최종 선택한 것 같다"고 말했다.
◇갤럭시S5 성공, 삼성전자 운명 좌우=휴대폰 사업은 삼성전자의 성장을 이끌고 있다. 삼성전자가 지난해 사상 최대 매출을 올릴 수 있었던 것도 휴대폰의 역할이 컸다. 여기에 TV·반도체·생활가전 등 기존 주력 사업의 경우 성장정체 등으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휴대폰 쏠림 현상이 더 심해졌고 더 큰 문제는 이것이 개선되지 않은 것"이라며 "결국 갤럭시S5는 여러 면에서 의미가 깊다"고 말했다. 덧붙여 갤럭시S5를 더 뛰어넘을 새로운 휴대폰을 찾기 쉽지 않다는 것도 삼성전자에는 부담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이번 체험행사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며 "그만큼 이번 성공 여부가 삼성전자에 많은 의미를 안겨다 주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