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용절감을 위한 ‘AS 아웃소싱(Outsourcing)’이 기업을 소비자의 마음에서 ‘아웃(Out)’시키고 있다. 회사원 박모(45)씨는 지난해 1월에 구입한 TG삼보의 본체 모니터 일체형 루온 컴퓨터가 고장나 AS센터를 찾았지만 컴퓨터를 다시 찾기까지 무려 열흘을 기다려야 했다. TG삼보컴퓨터의 AS센터는 수리를 위해 박씨의 업무용 컴퓨터를 가져간 뒤 “부품을 요청해야 한다” “창고에 부품이 없어 외국에 주문 중이다” “불만은 접수했고 지금 확인 중이다”라는 말만 반복하며 무려 열흘을 넘겼다. 박씨는 “형식적인 ‘미안하다’는 말에 더 화가 난다”며 “다시는 이 업체의 제품을 구매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최근 가전제품과 컴퓨터 제조업체들이 경영 효율성을 내세우며 앞다퉈 AS 아웃소싱을 도입하고 있지만 책임소재가 불분명하고 불친절한 서비스가 소비자들의 불만을 키우고 있다. 특히 아웃소싱 AS의 경우 자체적으로 AS를 책임지는 인소싱 AS에 비해 취약한 서비스 구조를 갖고 있어 이러한 불만은 점차 고조되고 있다. 보통 인소싱 AS는 서비스센터-자재창고의 2단계 구조를 갖고 신속한 대응을 하며 고충처리센터에 접수된 의견이 서비스센터와 엔지니어들에게 즉각적으로 전달된다. 이에 반해 아웃소싱 AS는 고객과 서비스센터, 자재창고로 이어지는 구조가 상대적으로 복잡하고 고충처리센터와 서비스센터도 같은 조직 내의 상하관계가 아니기 때문에 의사소통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가전제품과 컴퓨터의 경우 서비스가 업체의 이미지를 결정하기 때문에 기업들이 ‘비용절감’만을 노리고 섣부르게 아웃소싱을 도입해서는 안된다는 의견도 제기되고 있다. 건국대학교 경영정보학과 안준모 교수는 “국내 컴퓨터 아웃소싱의 경우 하드웨어나 소프트웨어적인 측면은 많이 성숙했지만 서비스의 친절도ㆍ신속성 등 눈에 보이지 않는 상품은 책임소재가 분명하게 계약이 이뤄지지 않는 편”이라고 지적했다. 기업간 용역 계약을 전담하는 한 변호사도 “AS 아웃소싱 계약은 업체마다 제각각이라 큰 틀로 어느 정도 수준의 계약이 이뤄져야 한다는 사회적 합의가 없는 상태”라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AS를 아웃소싱 업체에 맡기다가 인소싱으로 전환하는 기업도 생기고 있다. 삼성컴퓨터의 경우 지난 2001년 아웃소싱을 하던 서비스센터를 인소싱으로 전환했다. 삼성컴퓨터 측의 한 관계자는 “서비스센터는 고객과 만나는 접점이기 때문에 본사에서 관리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했다”며 “서비스센터를 본사에서 운영한 후 소비자들의 불만이 많이 사라진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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