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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우리당의 진로를 가늠할 2월 전당대회가 가까워지면서 여권내의 계파 분화가 복잡해지고 있다. 선도 탈당론과 (통합)신당파내 노선투쟁이 가세하면서 당 사수파와 신당파로 단순화된 도식구조가 점차 곁가지를 늘려가고 있다. 이에 따라 각 계파들의 정체성과 노선에 따라 4~5개 당으로 쪼개지는 ‘다당(多黨) 분화’의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이합집산의 기준도 당초 ‘반(半) 한나라당 세력결집’과 대통령과의 관계 등 단순구도에서 ‘누구를 대권후보로 할 것인가’ ‘신당 지도부는 누가 맡나’ ‘계파간의 친소관계’ 등으로 나눠지고 있다. 여권내의 세력구도는 크게 4가지로 구분된다. 우선 정동영ㆍ김근태 전ㆍ현직 의장이 ‘평화ㆍ개혁ㆍ미래세력 대통합’의 기치 아래 여당내 중도실용세력과 외부 시민사회세력을 끌어들이기로 한 통합 신당파가 가장 큰 줄기를 구성하고 있다. 이 경우 친노 진영을 주축으로 한 사수파는 당에 잔류하고 신당파 중에서 정동영ㆍ김근태계에 ‘비토’를 놓고 있는 중도보수세력은 고건 전 총리와 민주당내 친고건 세력과 딴살림을 차릴 가능성이 높다. 현재의 민주당은 독자세력으로 남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따라 범여권은 ▦ 친노 진영 주축의 잔류 열린우리당 ▦ 정동영+김근태계 주축의 통합신당 ▦ 고 전 총리 주축의 중도신당 ▦ 잔류 민주당 등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런 밑그림도 상당히 유동적이다. 현재 공동전선을 구축한 정동영계와 김근태계도 정체성 문제 등으로 갈라설 가능성도 있다. 진보성향의 김근태계가 당 사수파와 연대하고 중도 실용성향의 정동영계가 당 외부세력과 손을 잡고 독자 신당을 꾸릴 가능성도 있다. 민주당의 진로도 주요변수다. 민주당 전체와 고 전 총리측이 손을 잡고 신당을 꾸린다는 시나리오가 나오고는 있지만 간단치 않다. 당장에 열린우리당내의 노선투쟁의 방향, 선도탈당의 시기와 규모, 외부통합 협상의 흐름, 정동영ㆍ김근태 전ㆍ현직 의장의 대선불출마 여부, 고 전 총리의 지지율 추이 등이 변수로 도사리고 있다. 또 염동연 의원의 탈당의사 표명을 계기로 ‘선도 탈당론’도 신당 창당의 변수다. 탈당을 결행할 의원의 규모가 교섭단체 구성 요건인 20명 선을 넘을 경우 열린우리당은 해체의 위기에 몰리게 되겠지만, 통합 신당파 의원들 중에서도 염 의원의 탈당의사 표명에 대해 ‘시기상조’라는 의견이 다수다. 다만 김근태 의장의 비서실장을 지낸 이계안 의원이 8일 “몸 담고 있는 당을 떠나야 하는 것인지 깊이 고민하고 있다”며 탈당 가능성을 시사해 ‘선도 탈당론’을 무시하기는 힘든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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