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뱅크런 진정세] 전문가들 저축銀 사태 진단<br>"몸집부풀리기 보다 서민금융 매진하도록 영업규제 강화해야"<br>"당국 안이한 대응 禍키워 정책 신뢰도 회복 급선무"
"저축은행들이 본업을 게을리하고 한눈을 팔도록 금융감독당국이 방치한 것이 지금의 부실 사태를 키웠습니다."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
"저축은행 부실 사태의 재연을 막으려면 저축은행이 서민금융에만 매진하도록 영업범위와 방식을 제한할 필요가 있습니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
일부 영업정지 저축은행을 중심으로 빚어졌던 예금인출 사태가 22일 한풀 꺾이며 진정세로 돌아섰다. 이제부터는 금융당국이 응급처치보다는 근본적인 부실요인 해소에 나서야 한다는 주문이 정치권과 금융권에서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금융당국은 부산저축은행 계열 등 일부 부실저축은행을 제외하면 추가적인 영업정지가 없을 것이라고 시장을 달래고 있지만 립서비스만으로는 깊은 환부를 치료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여야 의원 및 금융권 전문가들은 사태의 근본적 해결을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저축은행 부실 전수조사 재실시 ▦무차별적 예금자보호제도에 따른 도덕적 해이 방지 ▦저축은행 문어발식 몸집 키우기 억제 ▦과거 저축은행 정책실패에 대한 솔직한 반성 등을 시급히 실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카이저축은행 모델 귀감 삼아야"=금융업종에 관계없이 무조건 1인당 최대 5,000만원까지 예금을 보호해주는 현행 예금자보호제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는 점점 더 커지고 있다.
익명을 요청한 대기업 산하 경제연구소의 한 책임연구원은 "저축은행에 대해서도 일반 시중은행과 똑같은 한도로 예금을 보장해준 탓에 부실 저축은행들까지 고금리를 미끼로 예금자를 끌어모으며 시장 퇴출을 모면해왔다"고 지적했다.
신용평가업계의 한 책임연구원도 "시중은행ㆍ저축은행 등 금융업종별로 재무안정성이 다르다"며 "각 업종별 재무안정성에 비례해 예금자보호한도를 재조정하는 것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축은행이 본연의 기능인 서민ㆍ중소기업 고객 지원에 집중하도록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전문가들은 스카이저축은행의 사례를 다시 한번 주목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이 은행은 업계에서도 손꼽힐 정도로 우량해 예금고객들이 지속적으로 늘었지만 타 지역으로 지점을 늘리기보다 서울의 1개 지점만 고수하고 있다. 이는 저축은행 설립 목적이 자신이 뿌리 내린 지역에서 착실히 고객과의 신뢰를 쌓아가며 건전경영을 통해 상생하는 데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게 금융권의 평가다.
저축은행에 대한 영업규제를 보다 적극적으로 펼치라는 주문도 나왔다.
박선숙 민주당 의원은 "저축은행들이 몸집 키우기에 치중하다 보니 고금리로 예금을 예치했고 이를 한방에 굴리기 위해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등에 손을 댔다가 부동산 경기가 침체되자 부실에 빠졌다"며 "저축은행들이 소속 지역의 서민ㆍ중소기업 고객에게 돌아오도록 유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책의 신뢰 회복도 급선무=금융당국의 안이한 대응이 화를 키웠다는 쓴소리도 이어졌다.
이사철 한나라당 의원은 "금융당국이 감독을 굉장히 부실하게 한 게 문제였다"며 "저축은행의 문제점이 수차례 지적됐음에도 즉각적으로 해결하지 않고 미뤄온 게 지금의 사태를 키웠다"고 말했다.
최근 부실 저축은행 처리과정에서도 투명성이 부족했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사태를 빠르게 매듭짓겠다는 방향은 옳았지만 그 과정에서 정확한 부실의 진단과정이 생략됐고 이를 국민에게 제대로 알리지 못해 불신을 키웠다는 것이다. 예금자보호를 받지 못하는 5,000만원 초과 예금자의 경우 비중이 크지 않았기 때문에 과도한 예금인출 사태를 피할 수 있었는데 정책적 불신감이 시장의 불안심리를 키워 뱅크런 위기감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증자 등 대주주 자구책에 예금인출 절반으로 급감
부산지역은 3분의 1로
부실 저축은행의 대주주들이 잇달아 자구책 마련에 나서면서 일단 저축은행 뱅크런 우려는 누그러지는 분위기다.
도민저축은행의 경우 24일 당국에 제출할 경영정상화 계획에 유상증자 등 자본확충 계획을 포함할 예정이다. 도민의 대주주는 증자시점을 최대한 앞당기겠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누리저축은행의 경우 대주주인 한화그룹이 전날 300억원의 유상증자 계획을 발표했고 우리저축은행도 대주주인 우신종합건설이 120억원에서 200억원까지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우리저축은행은 경남은행에 일부 채권을 양도하고 500억원의 유동성을 확보했다.
저축은행 예금인출 규모도 차츰 줄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22일 정오 현재 전국 저축은행의 예금인출 규모는 1,40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이는 전날 같은 시간대의 절반 수준이다. 특히 부산 지역 저축은행들도 오전10시 현재 예금인출액이 80억원으로 전날의 260억원 대비 3분의1 수준으로 떨어졌다. 전날 2,000여명이 몰렸던 부산의 우리저축은행도 오전 기준으로 고객들이 돈을 찾은 금액은 7억원 수준에 그쳤다. 나머지 부산 지역 저축은행 10곳에도 인출 고객이 크게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단정할 수는 없지만 막연한 불안감이 한풀 꺾이면서 예금인출 규모가 완만하게 줄어들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김영필기자 susopa@sed.co.kr
|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