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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품빼고 내실경영을(사설)
입력1997-09-01 00:00:00
수정
1997.09.01 00:00:00
상장기업의 올 상반기 경영성적표를 보면 우울해진다. 반기 실적을 주목하는 이유는 우리 경제를 대표하는 상장기업의 영업상태를 파악, 경제상황을 예진할 수 있다는 점에서다. 기업들로서는 같은 업종의 기업실적과 대비, 하반기 경영전략을 재편하는 중요한 정보가 되기 때문이다.올 상반기 총 매출액은 전년 동기대비 14.06%가 증가했으나 순이익은 27.91%나 감소했다. 외형성장에도 불구하고 헛장사를 한 셈이다. 금년엔 기업의 회계기준이 바뀌어 전년도와 그대로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기업의 경상이익도 22%가 감소, 우리 경제가 당면하고 있는 어려운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상반기의 이같은 경영실적도 최근들어 가파르게 치솟고 있는 달러시세는 반영하지 않았다. 달러 빚이 많은 상장기업들은 환차손만도 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상반기엔 실속없는 장사
대기업은 중소기업에 비해 실적 부진이 두드러졌다. 매출액 증가율에서도 중소기업이 대기업을 넘어섰다. 경상이익과 순이익도 대기업이 감소한데 비해 중소기업은 늘어났다. 재무구조가 좋지 않은 대기업이 불황의 몸살을 심하게 앓고 있는 반면 중소기업은 낮은 금융비용부담을 바탕으로 빠르게 회복하고 있다는 반증이다.
대기업은 자본금 규모가 커 업적부진은 종합주가지수에 영향을 끼쳐 주가지수 하락으로 나타났다. 반기실적 발표이후 주가가 재편되고 있는 것도 당연한 일이지만 대기업에 투자한 대부분의 투자자들에게는 실망을 안겨주고 있다.
특히 금융기관들이 홍역을 치르고 있다. 제일·서울은행을 비롯한 10개은행이 적자였다. 제조업의 지원기관으로서 위치가 흔들리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외국 금융기관들은 국내의 경제상황에 불안감을 갖고 있다. 국내 금융기관에 대해 금리를 다투어 인상하고 신용등급을 낮추고 있다. 동남아 금융시장의 불안과 함께 외자조달에 악재다.
○환차손 등 악재도 많아
한가닥 희망은 비록 이번 실적이 지난해 상반기보다는 나쁘지만 작년 하반기에 비해서는 좋아졌다는 점이다. 일본 엔화의 강세에 따라 반도체·조선·철강 등 수출 주력상품의 가격상승으로 수익성이 개선되고 있다. 정부발표나 민간경제연구소들의 예측처럼 금년중 경기저점을 통과, 상승세로 반전할 기미를 나타낸 것으로 볼 수 있다.
상반기 영업실적은 1년중으로 볼때는 완전한 것이 아니다. 우선 계절적 요인이 감안되지 않아 하반기에 크게 변화할 수 있다. 단순하게 작년동기와 대비한 분석은 의미가 없다는 지적도 있을 수 있다. 상반기에 실적이 나빴다하더라도 하반기에 호재가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금융기관 제 역할 다해야
이번 반기실적과 함께 몇가지 지적되어야 할 것은 금융기관의 역할론이다. 금융기관은 여느면에서 기업에 대한 경영감시자다. 기업의 경영정책은 기업차원에서는 자유이나 금융기관에서 자금조달을 하는 이상 금융기관이 기업을 건전하게 육성할 책임이 있다. 금융기관들은 지난달에는 외부영향으로 대출할 수밖에 없었다고 변명하고 있다. 이들 행장이 어떤 고초를 겪고 있는지 한번쯤 반성해 보아야 한다.
우리나라는 총 외채가 1천억달러를 넘어섰다. 환율도 9백원대를 돌파, 기업마다 환차손으로 법썩이다. 하반기에도 우려되는 상황이 많다. 금융기관의 역할이 더욱 기대되는 때다.
앞으로 그룹순위는 매출액 기준이 아니라 순이익기준으로 매겨야 한다. 부채가 많으면 매출액과 기업규모가 크다. 우량기업 순위대로 지원을 강화한다는 역발상이 필요하다. 우리경제는 아직도 불황의 터널을 지나고 있는 중이다. 빨리 빠져나가기 위해서는 우량기업이라는 성능 좋은 기관차를 앞세워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자금을 집중 지원할 필요가 있다.
결국 기업경영의 책임은 경영자의 몫이다. 최근 문제가 된 그룹이나 기업의 재무구조는 경영학 교과서를 보지 않더라도 예견할 수 있게 악화돼 있다. 이제까지 기업들은 규모가 크면 망하게 하지 못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 달라졌다. 부채경영·백화점식 경영은 위기를 불러온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지금부터라도 뼈를 깎는 자구노력이 우선돼야 한다. 그래서 올 하반기에는 좋은 성적을 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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