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주가 설연휴 이후 국내 증시 상승을 주도하고 있다. 미국 신정부의 ‘배드뱅크’(Bad Bank) 운영 소식이 전해지면서 은행주는 이틀째 ‘휘파람’을 불었다. 구조 조정 본격화로 금융 시장이 안정을 찾을 것이라는 기대감과 함께 그동안의 급락으로 밸류에이션 매력이 높아진 것이 가장 큰 이유로 꼽힌다. 그러나 경기 침체에 따른 기업 부실의 짐을 얼마나 더 지게 될 지 불확실한 데다, 유동성 흐름도 아직 원활하지 않아 본격적인 추세 상승으로 진입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배드뱅크 소식으로 연이틀 은행주 ‘휘파람’= 29일 유가증권시장에서 은행주들은 일제히 큰 폭으로 오르면서 설 연휴 이후 이틀 연속 국내 증시 상승을 견인했다. KB금융이 전날 10% 이상 상승 마감한 데 이어 이날도 3.95% 올랐으며, 기업은행(1.93%), 신한지주(3.27%), 하나금융지주(1.56%) 등도 이틀 연속 상세를 보였다. 미국 오바마 신행정부가 배드뱅크 설립을 통해 은행들의 부실 자산을 매입하기로 하는 등 금융권 구제안이 본격화되고 있다는 소식에 국내 은행주들이 화답한 것으로 풀이된다. 서영수 키움증권 연구원은 “배드뱅크 설립과 같은 구조조정 관련 정책은 대규모 공적 자금 투입에 따른 효과, 은행의 신용공여 기능 회복 등으로 금융시장 안정 및 국내 은행주 주가에 긍정적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밸류에이션도 매력적= 특히 최근 후순위채 발행 등으로 주가의 발목을 잡고 있던 자산건전성을 높인 반면 주가는 그동안 급락을 거듭하면서 밸류에이션 매력이 커진 것도 은행주에 매수세가 몰리고 있는 한 요인으로 꼽힌다. 예컨대 하나금융지주의 경우 연이틀 주가는 13.75% 상승했지만 올해 기준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은 각각 8.22배, 0.48배에 불과하다. 이 외에도 우리금융지주와 신한지주, KB금융 등 국내 대표 은행주들도 PER과 PBR이 각각 9배, 1배를 밑도는 등 주가가 낮은 수준에 머물러 있다. 성병수 푸르덴셜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나치게 낙관적인 태도는 지양해야겠지만 단기적으로 대규모 부실이 발생하지 않는다고 가정하면 국내 주요 은행주들의 밸류에이션은 싸 보인다”고 설명했다. ◇구조조정 진행 과정과 유동성 흐름 살펴봐야= 그러나 구조조정이 현재 진행형인데다, 경기 침체 장기화에 따른 기업들의 추가 부실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어 추세적 상승 전환 여부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성병수 연구원은 “문제는 은행의 실적 악화폭에 달려 있다”며 “예상을 뛰어 넘는 대규모 기업부실로 인한 은행의 대규모 적자 가능성, 그로 인한 은행의 감자나 증자 가능성이 얼마나 있느냐는 것이 관건”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정부 주도로 진행 중인 구조조정이 속도감 있게 진행될 것이라는 전제에도 불구, 은행들의 본격적인 실적 개선은 2010년께나 가능하다는 분석이 많다. 증권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우리금융(-19.66%)과 신한지주(-14.89%), KB금융(-25.78%), 하나금융지주(8.10%) 등의 올해 순이익 예상치는 지난해에 비해 크게 떨어지거나 소폭 상승에 그치는 것으로 집계됐다. 여기에 여전히 자금 시장에서의 유동성이 원활하지 못한 것도 주식시장으로의 자금 유입을 더디게 하고 있어 은행주 주도의 유동성 장세 도래는 좀 더 지켜봐야 한다는 지적이다. 조병문 KB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자금시장이 인정할만한 정도의 구조조정이 얼마나 빠른 속도로 이뤄지느냐가 중요하다”며 “여전히 높은 수준을 보이고 있는 금리 스프레드가 줄어들지 않는 한 주식시장의 상승은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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