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고기 수요 증가에도 불구하고 한우 농가의 시름은 깊어지고 있다. 캠핑 문화 확산 등에 힘입어 소고기 소비가 늘고 있기는 하나 농가 수익과 직결되는 한우 가격은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 곡물가격 인상에 사료값마저 오르고 있어 한우 농가에서는 "잘 키워 팔아도 남는 게 없다"는 한숨이 이어지고 있다.
◇캠핑 문화 확산에 한우 소비↑=19일 G마켓이 올 휴가시즌인 7월17일~8월16일 국내산 육류 판매량을 분석한 결과 이 기간 한우 매출은 지난 해 같은 기간보다 64% 늘어 돼지고기(10%)와 닭고기(37%)를 앞질렀다. 롯데마트 역시 미국산 소고기 수입이 시작된 2007년 이후 처음으로 올해 소고기 매출이 돼지고기를 웃돌고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돼지고기 매출을 '100'으로 볼 때 소고기는 '115'를 기록, 6년 만에 역전됐다"며 "2011년 구제역 발생으로 돼지 사육두수가 줄어 소고기 매출이 돼지고기에 육박한 적은 있기는 하나 소고기 매출이 돼지고기를 크게 앞지르기는 6년 만에 처음"이라고 설명했다. 이는 한우 가격이 과거보다 훨씬 싸졌기 때문으로 한우협회와 유통업계가 공동으로 꾸준히 판촉 행사를 벌여온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김현준 G마켓 신선식품팀장은 "과거 휴가철에는 가격이 저렴한 삼겹살이 대세였으나 최근에는 판도가 바뀌었다"며 "올 여름 캠핑족들은 야외 바비큐에서 한우 등심이나 안심 등을 주로 먹은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한우 농가 "추석 대목인데"한숨만=한우 소비가 늘고는 있지만 한우 농가는 웃지 못한다. 사료값이 치솟고 있는 데 반해 한우가격은 내리막길을 걷고 있어서다. 한우 가격이 떨어지면서 명절 한우 선물세트 값마저 지난 해와 같거나 다소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라 한우농가로서는 추석 대목이란 말마저 무색하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올 6월 큰 암소(600kg) 한 마리 값은 319만원으로 지난 해 동기(365만원)보다 12.6%, 3년 전(532만원)보다는 40% 폭락했다. 이에 따라 한우 전국 경매가격도 주저앉았다. 올 6월 kg당 한우 전국 경매 평균가격은 1만1,790원을 기록, 지난 해 같은 기간(1만3,007원)보다는 9.36% 가량, 3년 전(1만5,893원)에 비해서는 25.8%나 떨어졌다.
◇정부도 한우가격 정상화 '카드'=상황이 심각해지자 정부도 해법 마련을 모색 중이다. 대표적인 방안은 암소 추가 감축 카드. 정부는 적정 사육 마리수를 유도한다는 방침 아래 지난 2011년 6월부터 올 5월까지 암소 20만 마리를 감축한 데 이어 지난 7월29일 '한우 소비촉진과 수급 안정방안'을 통해 추가 감축을 검토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일단 논의해보고 결정한다는 계획이지만 산지 한우 값이 크게 떨어져 추가 감축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농협도 한우 소비 활성화와 가격 정상화를 위해 올 하반기 대대적인 판촉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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