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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십자각] 소국주의

정경부 김준수 차장스위스 취리히 호수가 선착장 왼쪽 공원 한 곳에 「스위스는 작은 나라(SCHWEIZ IST KLEIN)」라는 글씨가 써 있다고 한다. 『스위스는 작고 자원이 없는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을 철저히 익혀야 한다. 스위스는 작은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면해야 한다. 스위스는 소국이다. 타국으로부터의 침략에 대하여 언제나 준비를 잊어서는 안된다. 스위스는 소국이나 세계에서 제일 유복한 나라이다. 스위스는 소국이다. 영세중립을 지키지 않으면 살아 남을 수 없다. 잊지 말라. 스위스는 소국이고 식량생산도 적다. 비축을 잊지말라. 스위스는 작지만 우수한 팔이 있다. 정밀기계는 세계제일이다. 스위스는 4개 국어를 쓰는 소국이다. 그래도 힘을 협력하여 살지 않으면 안된다. 스위스는 작은 나라지만 국민들은 가장 훌륭한 보금자리를 갖고 있다.』 19세기와 20세기초에는 유럽이 세계의 중심이었고 스위스는 유럽의 중심이었다. 스위스는 소국주의를 통해 번영을 이룩했고 사실상 「대국」이 됐다. 20세기 중반이후 미국이 초강대국이 되면서 세계의 중심이 대서양에서 태평양쪽으로 옮겨가기 시작했다. 앞으로 21세기에는 유럽과 아메리카, 아시아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되면서 동북아가 새로운 세계의 중심이 될 가능성이 높다. 21세기를 눈앞에 두고 우리가 과거의 스위스와 비슷한 상황을 맞게 된 것이다. 정부는 「제2 건국」운동을 통해 21세기를 준비하려고 한다. 정부수립이후 지난 50년동안 국민의식 전반과 생활현장에 두텁게 형성돼 있는 비능률·비합리적인 요인을 제거해 「기본이 바로 선 나라를 만들자」는 것이 이 운동의 요체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이 운동이 국민적 공감대를 얻지 못하고 있다. 정치적 음모가 있다며 의혹의 눈길을 보내는 사람도 많고, 정부가 새로 들어서면 으레 하는 일이라며 시큰둥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도 부지기수다. 운동이 너무 거창하고 형식에 얽매어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국민이 스스로 소국, 소국민임을 인식하면 자세가 달라지고 치열한 국제경쟁사회에서 실속을 찾고 성공할 수 있다. 우리도 푯말을 세우자. 경복궁, 영종도, 설악산, 해운대, 삼학도 곳곳에 푯말을 세우자. 『한국은 작고 자원이 없는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기술을 철저히 익혀야 한다. 한국은 작은 나라이다. 그렇기 때문에 근면해야 한다. 한국은 소국이다. 침략에 대비해 언제나 준비를 잊어서는 안된다. 한국은 소국이고 식량생산도 적다. 비축을 잊지말라. 한국은 작지만 우수한 팔이 있다. 세계제일의 기술을 개발해야 한다. 한국은 세계유일의 분단국가이다. 그래도 협력하여 살지 않으면 안된다. 한국은 작은 나라지만 국민들은 가장 훌륭한 보금자리를 갖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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