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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日 철강협력 강화하자
입력2002-05-23 00:00:00
수정
2002.05.23 00:00:00
지난 3월 미국 부시 대통령의 철강 수입관세 인상조치 발표 이후 가격도 올랐고 각 제철소의 생산도 전에 없이 활기를 띄어 주식가격도 올라 외견상으로는 효과를 보는 것으로 판단되지만 내부적으로는 이런 효과가 과연 얼마나 지속될 것인지에 대한 의문과 더불어 제철소, 특히 일관제철소에 이렇게까지 무리 해가면서 미국 땅 안에 두어야 하는지에 대한 논란이 일고 있다.
경제적으로나 국제 외교면에서나 심지어 환경 유지면에서 제철소를 미국 내에 두어야 할 하등의 명분을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은 이미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다.
지난 90년대의 클린턴 정부 초기 때부터 소위 굴뚝산업을 멕시코로 내려보내고 그 대가로 북미자유무역협정을 체결해 현재까지 왔다면 이 제철소 역시 이미 오래 전에 미국을 떠났어야 마땅하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철강업만은 그렇게 단순한 판단을 내릴 수 없는 것이 문제이다. 철강업을 말하기 전에 미국이 당하고 있는 석유생산 국가들의 횡포를 한번 살펴보자.
미국 내에서 가장 자동차 휘발유 값이 낮은 곳 중의 하나인 아틀란타시의 경우 낮을 때는 갤론당 74센트 정도였다.
이 가격은 물값보다 거의 10센트나 낮아 사람들은 대형자동차로 교체하고 전기 등 에너지를 최대한 사용하는 것이 체질화되었고 그에 따른 문화가 형성되는 것 같았으나 산유국들의 생산중단으로 갑자기 갤론당 1달러 30센트로 뛰어 그야말로 유원지의 롤러코스터와 같이 예측하기 힘든 오르내림에 시달리게 되고 이것이 정치문제가 되었다.
전기값ㆍ가스값ㆍ건설비 등 거의 모든 산업분야에 파급되는 산유국들의 횡포를 견뎌낼 인내력의 한계에 도달하게 되었다.
자존심과 힘의 상징인 부시정부가 알래스카 등지의 유전개발을 추진해 에너지 자립화를 시도하는 것은 당연한 처사이고 환경문제만 제외한다면 미국민들의 호응을 받게 될 것이다.
그 와중에 제철소가 미국을 떠난다면 철강을 소재로 하는 모든 산업이 소위 철강생산 국가들의 장단에 미국경제가 또 다른 주인을 달갑지 않게 맞이해야 한다.
가장 큰 영향을 받게 될 산업은 자동차ㆍ가전제품ㆍ건설업( 각종 장비제조업ㆍ군수산업 등이며 석유와 거의 비슷할 정도로 파급될 것이다.
그렇다고 매년 적자에 허덕이며 애꿎은 외국철강업에 덤핑누명을 덮어 씌워 이미 기울어진 자국의 설비를 보호하는 것도 한계가 있고 관세를 30%에서 50%까지 올린다 해도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리란 평가가 나오고 있다.
다시 말해 일관제철소가 미국을 떠나는 것은 막을 수 없는 숙명적인 역사의 흐름이 될 것 같다. 여기에 우리가 가진 철강기술과 설비가 세계 경제에 이바지 할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현재 한국ㆍ일본이 보유하고 있는 기술설비가 세계에서 가장 앞서 있다. 미국에서 철강업이 떠난다면 한국과 일본은 산철국이 될 것이고 여기에 러시아ㆍ중국 등의 산철국이 합치면 지금의 0PEC과 비슷한 0SEC의 탄생도 생각해 볼 수 있다. 어쩌면 양국의 철강협회가 정신적으로 추진해야 할 과제가 되리라 생각한다.
물론 생산설비 과잉으로 사실상 덤핑을 일삼는 나라도 있고 낮은 임금으로 연명해 나가는 업체도 있다. 그러나 언젠가는 적자생존의 법칙에 순응하여 존폐여부를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
또 제철소의 기존 고객, 즉 예를 들면 GMㆍ도요타ㆍ현대 등의 자동차 메이커들의 기술진과 한국ㆍ일본 철강업의 기술진이 협력해 기존의 재료 시방서를 한층 더 발전시켜 시대에 맞는 기술요건을 만들어 낸다면 기술과 자본이 없는 업체는 스스로 문을 닫게 될 것이다.
OSEC는 OPEC과 달리 지하 자원을 파는 것이 아니고 기술과 제품을 고객에게 공급해 세계경제와 평화에 이바지하는 조직이어야 한다.
그리고 절대로 적대적 생산중단 등의 파괴적인 조직이 되어서는 안되고 경제적 생산 파트너임을 널리 홍보하는 것도 중요하다. 현재 포철과 US 스틸의 합작 회사인 UPI가 모범적인 모델이 된다.
즉 원자재인 열연강판은 한국에서 생산해 미국으로 수출하면 냉연작업은 미국의 UPI 공장에서 마감해 고객에게 납품하는 과정이다.
이런 모델이 확대되어 공존관계가 성립되면 정치적ㆍ경제적 마찰은 자연히 해소될 것이며 동고동락의 협력체제가 형성될 것이다.
또 고철을 재생해 만드는 건축 구조용 형강공장은 미국도 세계적인 경쟁력을 유지하고 있으므로 지난번의 관세조치에 포함되지 않는다 해도 미국 내 제철소는 활발하게 운영돼 있고 형강을 가공한 철골구조입찰에 너무 낮은 가격으로 미 건설시장에 참여하는 것은 삼가해야 한다.
캘리포니아주의 대형교량이나 대형철골 구조물을 현대ㆍ삼성 등의 대기업이 독식하고 있다는 여론이 업계에 팽배해 있고 정부에 건의해 덤핑판정을 받으려는 움직임이 있다. 그 보다는 중소기업이 소규모 프로젝트에 참여해 더 높은 이익률을 유지하는 것이 더 현명한 방법이라 생각된다.
때마침 한ㆍ일 양국이 공동으로 주최하는 월드컵 축제기간 중 양국 철강인들의 무게 있는 회담이 진행돼 경제적 축제도 함께 펼쳐지길 기대한다.
/정석화<미국 시세로스틸 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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