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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찾아온 고환율시대] 교역조건 최상인데 수출 최악 왜

① 전세계 공통현상… 상대적 得 없어

② 中·신흥국 경기둔화로 수요 급감

③ 수출에 영향 큰 환율도 반영 안돼



평소 경제신문을 꼼꼼히 읽는 중소기업 사장 A씨는 매달 나오는 교역조건과 수출실적 기사를 보면 아리송하다. 우리 기업들의 수출입 환경을 보여주는 교역조건지수는 매달 10% 이상씩 급등하는 등 어느 때보다 호조를 보이고 있는데 수출은 금융위기 후 최악의 성적표를 내고 있다. 언론에 보도되는 교역조건지수는 보통 순상품교역조건지수인데 수출단가를 수입단가로 나눠서 구한다. 기업이 한 개의 제품을 수출해서 받은 돈으로 몇 개의 상품을 수입할 수 있는지를 계산한 것이다. 교역조건지수가 높다는 것은 제품이나 원자재 등을 싸게 수입해 높은 가격에 수출할 수 있다는 뜻으로 수출입에 있어서 유리한 위치를 점유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지난 7월 11.9%(전년 대비) 오르는 등 2월부터 6개월 연속 두자릿수의 상승률을 이어왔다. 하지만 수출은 올 들어 8개월 연속 뒷걸음질(전년 대비 증감률)치고 급기야 8월 실적은 전년 대비 14.7% 폭락하는 등 최악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교역조건이 좋음에도 불구하고 수출실적이 나쁜 것은 유가급락과 세계적인 수요위축 때문이다. 최근 교역조건이 눈에 띄게 개선된 것은 유가하락에 기인한 것으로 전 세계 모든 국가의 공통된 현상이다. 실제 한국의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올 들어 1~7월까지 전년에 비해 11.5% 상승했지만 우리와 같이 에너지 수입 비중이 높은 일본은 같은 기간 10.4% 급등(한국무역협회 산출)해 우리와 큰 차이를 보이지 않았다. 같은 기간 미국은 4.6% 상승했고 유럽연합(EU)도 5%(1~6월 기준) 올랐다. 딱히 우리만 유리한 게 없다는 뜻이다.



이보다 더 큰 이유는 세계 수요 자체가 쪼그라드는 것이다. 세계무역기구에 따르면 올 상반기 전 세계 교역량은 15조2,310억달러로 지난해에 비해 11.8% 급감했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수출 1단위'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보여주는데 수출가격이 떨어지거나 수출물량 자체가 줄어들게 되면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수출은 죽을 쑤게 된다. 장상식 한국무역협회 연구위원은 "기업 입장에서 아무리 수입단가가 떨어져서 싼값에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됐다고 해도 세계 각국에서 상품을 사려는 사람이 없으면 수출은 줄어들 수밖에 없다"며 "현재 미 금리인상, 중국 및 신흥국 경기둔화로 전 세계 수요 자체가 워낙 부진하다"고 평가했다.

교역조건지수가 이름은 '교역조건'이지만 수출입물가로 산출하다 보니 환율은 반영하지 않는다는 점도 교역조건지수와 수출이 정반대 양상을 보이는 이유다. 한은 관계자는 "교역조건은 수출입 물가가 높은지 낮은지를 설명하지 수출입의 활황 여부를 보여주는 지표로는 부적합하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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