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업계 파업종료, 대형 항공기 도입 등 각종 호재가 맞물리면서 실물지표가 일제히 반등했다. 특히 설비투자는 17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가했다. 이에 따라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본격적으로 살아날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올해 하반기 우리 경제는 분기별 국내총생산(GDP)이 1%대로 회복되는 등 개선흐름을 보였지만 설비투자와 민간소비는 답답한 제자리걸음을 유지해왔다.
29일 통계청이 발표한 '10월 산업활동동향'을 보면 지난달 기업 설비투자는 전달보다 19.3% 늘었다. 외환위기 직전인 지난 1996년 7월의 21% 이후 최고치다. 설비투자가 전달 대비 증가세를 보인 것은 6월 이후 4개월 만이다. 설비투자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서도 14.2% 늘어 전달의 -0.9%에서 한 달 만에 반등했다.
전문가들은 반등의 시그널이 나타난 것은 분명하지만 10월에 일시적 개선요인이 있었던 만큼 흐름을 지켜봐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형일 기획재정부 경제분석과장은 "10월 설비투자 회복은 기저효과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쳤다"며 "추세적으로 기업투자가 살아날지 여부는 여전히 미지수"라고 설명했다. 반면 김동렬 현대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불황의 끝이 보이면서 기업들이 서서히 선제적 투자에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설비투자 왜 늘었나=10월 설비투자가 전월 대비 19.3% 급등한 것은 항공업계가 새 비행기를 2대 도입한데다 자동차업계의 9월 파업이 종료되면서 막혀 있던 투자가 재개된 덕분이다. 반도체를 중심으로 기계류에 대한 투자도 늘어 삼성과 LG 등 대형 전자업체들이 라인 증설에 나선 것으로 분석된다.
항공기의 경우 9월에는 신규 기체 도입이 1건도 없었는데 10월에는 중형과 대형 항공기가 각각 1기씩 수입됐다. 통계청의 한 관계자는 "항공기 도입에 따른 투자효과가 2억7,600만달러에 이른다"고 설명했다. 통상 한 달에 이뤄지는 설비투자 규모가 8조원 내외임을 감안하면 상당한 플러스 요인인 셈이다.
기업들 역시 남은 기간 적극적인 투자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윤상직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지난달 30대 그룹 관계자들을 불러 모아 간담회를 연 자리에서 "기업투자가 대부분 4ㆍ4분기에 몰려 있어 올해 계획한 투자(154조7,000억원)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이에 앞서 30대 그룹은 8월 올해 투자를 올해 초 계획했던 148조8,000억원에서 154조7,000억원으로 6조원가량 늘려잡기도 했다.
삼성의 경우 반도체와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부문 등에 추가 투자해 최대 55조원의 투자를 집행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포스코 역시 4ㆍ4분기에 투자를 늘려 총 규모를 9조원가량으로 확대할 계획으로 전해졌다. 결론적으로 기업들의 투자가 연말부터 늘어날 가능성이 큰 셈이다.
◇낙관은 시기상조…투자심리는 여전히 미지근=정부가 대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독려하고 있는 것과는 별개로 현장의 투자심리는 여전히 미지근하다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최근 매출액 기준 600대 기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경기실사지수(BSI) 조사 결과를 보면 12월 종합경기 전망치는 92.6에 그쳐 두 달 연속 기준치인 100을 밑돌았다. 이는 앞으로 경기가 살아날 것으로 보는 기업인보다 그렇지 않다고 예상하는 기업인이 더 많다는 의미다.
한은이 27일 내놓은 11월 BSI 역시 78로 전달보다 3포인트 낮아졌다. 한은 BSI는 7월부터 10월까지 석 달 연속 상승하다가 11월에 하락세로 반전했다. 특히 수출기업의 BSI는 8포인트나 감소하기도 했다.
기업들은 무엇보다 원화강세와 자금조달 애로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김용옥 전경련 경제정책팀장은 "지속적인 원화강세에 따라 원ㆍ달러 환율이 기업의 손익분기점인 달러당 1,066원을 하회하고 있다"며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들은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활발한 투자가 힘든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이 과장은 "10월 설비투자가 늘었지만 BSI는 내리는 등 지표가 오락가락하고 있는 모습을 보이고 있어 전망을 내놓기 어려운 형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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