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경제 파퓰러사이언스] 물안경을 쓰고 수영을 하다보면 얼마 지나지 않아 습기로 인해 시야가 흐려지기 마련이다. 이는 차가운 외부의 물과 36.7℃에 이르는 얼굴의 온도 차이 때문에 생기는데, 물안경과 얼굴 사이에 갇힌 공기 중의 수증기가 안개처럼 응축돼 맺히면서 안쪽 렌즈에 김이 서리게 되는 것이다. 차가운 물이 담긴 유리컵의 바깥쪽 표면에 물방울이 맺히는 것과 동일한 현상이라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결국 체온만큼, 혹은 그 보다 더 따뜻한 온도의 물에서 수영을 하는 경우가 아니라면 이 김 서림 현상을 막을 수 없다. 이에 따라 시중에는 습기로 인한 시야 확보의 어려움을 해소시켜줄 물안경용 김 서림 방지제들이 다수 출시돼 있는 상태다. 이 제품 대부분은 친수성 화학물질로서 습기가 렌즈 표면에 알갱이 지는 것이 아니라 넓고 납작하게 달라붙도록 만들어 준다. 김 서림 방지 스프레이 및 크림 제조업체인 옵토 케미컬스의 크리스 라이저 사장은 “김 서림 방지제도 김 서림 자체를 막는 것은 아니다”며 “습기를 렌즈 표면 전체에 필름처럼 투명하고 얇게 분포시켜 빛을 산란시키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수영 선수나 스쿠버 다이버, 크로스컨트리 선수들은 김 서림 방지제 대신 침을 바르기도 한다. 효과가 있을까. 그렇다. 침으로도 김 서림 방지제와 거의 같은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미국 미시건 대학의 생체재료과학과 데니스 로파틴 박사는 “정확한 메커니즘은 알지 못하지만 침의 점액이 렌즈의 표면 장력을 낮춰 습기가 방울 모양으로 맺히지 못하도록 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단지 침은 인공화학물 만큼 효과가 장시간 지속되지 않기 때문에 자주 발라줘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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