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ㆍ달러 환율이 연일 급락하면서 한달 만에 1,400원대로 복귀하자 추가 하락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특히 최근 역외에서 수십억달러의 달러매물을 쏟아낸 것으로 알려져 그동안 원화가치에 대한 시각이 바뀐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여전히 금융시장 전반에 악재가 잔존하고 수급구조에도 큰 변화가 생긴 것은 아니어서 추세전환보다는 조정장세에 무게를 두는 견해가 우세하다. 11일 환율 급락의 결정적 요인은 국내외 금융시장의 훈풍 덕이다. 미 씨티그룹의 흑자소식으로 다우지수가 6% 정도 급등하고 코스피지수도 3% 이상 오르면서 안전자산선호도가 약화됐다. 글로벌 달러화는 전일에 이어 이틀 연속 주요 통화에 비해 약세를 보였다. 시간이 흐를수록 하락 압력이 거세지자 은행권의 손절매 물량이 쏟아졌고 아래쪽을 받치던 결제수요도 발을 빼면서 낙폭은 심해졌다. 특히 달러를 움켜쥐던 수출업체의 물량까지 더해지면서 환율은 오전에 1,465원까지 급락하기도 했다. 특히 이날도 역외 매도세가 계속되면서 환율하락을 뒷받침했다. 지난주 후반부터 역외세력의 달러 매도 물량은 무려 30억~40억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최근 외환시장의 하루 거래량이 30억달러 안팎인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매물 폭탄인 셈이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원화약세 기조였던 역외세력의 시각에 변화가 생긴 게 아니냐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류현정 한국씨티은행 외화자금팀장은 "지난주부터 역외 해외펀드에서 아시아 통화를 집중적으로 사들이고 있다"며 "특히 원화약세가 심했다는 판단 아래 환율 하락에 베팅하는 경향이 강한 모습"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며칠간의 환율 움직임으로 하락세로 추세 전환됐다고 판단하기에는 이르다는 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다. 전승지 삼성선물 연구원은 "시장에서는 1,600원을 단기고점으로 인식하는 분위기"라며 "하지만 동구권 사태 등 악재가 남아 있어 완전히 하락추세로 전환했다고 보기에는 이르다"고 말했다. 김두현 외환은행 외환운용팀장은 "지금 장세는 급등에 따른 조정의 연속선상으로 판단된다"며 "지속적인 추가급락보다는 위아래로 흔들리는 장세가 예상된다"고 내다봤다. 류 팀장도 "수급상으로는 여전히 수요가 우위여서 아래쪽에 과감하게 베팅하는 역외를 따라가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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