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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사상 최대실적을 기록한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SK그룹의 전반적인 경영실적은 정체되거나 악화됐다. 총수의 부재가 길어지면서 그룹 차원의 신성장동력 발굴이 늦춰진 데다, 그룹의 캐시카우인 SK텔레콤, SK이노베이션이 각각 통신과 정유 분야에서 고전하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이를 적극적인 사업 개편과 해외 진출, 정보통신기술(ICT) 기반의 창조경제 활성화로 돌파한다는 방침이다.
최전선에 서 있는 그룹사는 지난 1일 합병 작업을 마치고 새로 출범한 SK주식회사다. SK주식회사는 기존의 SK㈜와 SK C&C가 통합돼 총 자산 13조2,000억원 규모의 대형 사업지주회사로 거듭나게 됐다. SK그룹이 지난 2007년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한 후 유지해왔던 2중 지배구조를 해소하게 됐음은 물론이다.
이는 SK그룹이 신성장동력을 모색하기 위한 시도이기도 하다. 조대식 SK주식회사 사장은 "기존의 지주회사 체제 아래 총 매출 100조원을 돌파하고 SK하이닉스를 인수하는 등 의미 있는 성과를 거뒀지만 경영환경이 어려워지면서 혁신적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SK주식회사는 ICT, 액화천연가스(LNG), 바이오, 반도체 등의 신사업을 육성해 2020년까지 총 매출 200조원, 세전이익 10조원을 달성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37년 만의 적자를 기록한 SK이노베이션은 불확실한 경영환경을 헤쳐나가기 위한 성장 전략을 실천하고 있다. SK의 숙원사업이었던 중국 우한 NCC 공장이 지난해 초부터 본격적으로 상업가동을 시작했으며, 1년 만에 중국 석유화학시장에 안착하며 첫해 흑자를 기록했다. 인천과 울산에서 진행된 대규모 파라자일렌(PX) 생산시설 증설을 마치고 세계 시장 공략의 기반도 마련했다.
SK종합화학은 세계 2위의 복합화학회사인 사우디아라비아의 사빅과 손잡고 고성능 폴리에틸렌 사업을 추진 중이다. 지난달 양사의 합작법인이 공식 출범하면서 고성능 폴리에틸렌 브랜드인 '넥슬렌'의 세계시장공략이 본격화하고 있다.
불황 속 든든한 버팀목이 되어준 석유개발사업은 자원개발의 본 고장인 미국에서 의미 있는 결실을 맺었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6월 SK E&P 아메리카를 통해 석유개발회사 플리머스와 케이에이 헨리가 갖고 있던 미국 내 석유생산 광구 2곳의 지분을 3,781억원에 인수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를 발판으로 셰일가스·오일 등 비전통자원 개발 사업에도 본격적으로 참여한다는 계획이다.
지난 2012년 최태원 SK 회장이 인수, 사상 최대의 실적을 경신해 오며 그룹을 지탱하고 있는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중국 충칭에 반도체 후공정 생산법인을 준공했다. SK하이닉스는 이를 통해 연 2억 달러 규모의 추가 매출을 거두고 세계 최대의 반도체 시장으로 성장한 중국 현지 수요를 따라잡고 경쟁력을 강화할 예정이다.
창조경제 분야도 SK그룹이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SK는 지난해 10월 대전창조경제혁신센터를 확대 출범한 데 이어 그룹 차원에서의 전폭적인 지원 체제를 구축한다는 취지에서 SK창조경제추진단을 구성했다.
SK는 대전 센터에 이어 지난 6월 세종시에 14번째 창조경제혁신센터도 출범시켰다. 세종시는 '창조마을 시범단지' 조성, 살기 좋은 농촌 만들기 사업을 벌이고 있다. 스마트 폰으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스마트 팜'과 '태양광 발전사업' '스마트 로컬푸드 시스템' 등이 조만간 모습을 드러내면 안정적인 소득이 보장되는 '창조경제형 농촌'이 조성된다.
창조경제 분야와 가장 연관이 깊은 SK텔레콤은 대전과 세종시의 창조경제혁신센터 지원에 총력을 기울이는 가운데, 사물인터넷(IoT)·스마트헬스·스마트홈 등 자체 신사업 육성에도 한창이다.
이만우 SK그룹 부사장은 "SK는 환율, 유가하락 등 대내외 급격한 경영환경 변화 속에서 위기를 겪고 있다"면서도 "이에 굴하지 않고 에너지·화학, ICT, 반도체 등 핵심 사업을 바탕으로 ICT 기반 창조경제를 강화해 더 큰 성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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