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를 거치면서 고액자산가의 자산 비중은 높아진 반면 금융중산층으로 평가되는 금융자산 1억원 미만의 비중은 크게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또 고액자산가의 보유자산 규모가 금융중산층의 1,000배에 달하는 등 금융자산 불균형 현상이 갈수록 심화하고 있다.
15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내 8대 증권사들이 고객과 맺은 투자일임계약을 분석한 결과 총 투자자산 가운데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들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09년 22,2%에서 올 5월 말 현재 37.5%로 15%포인트 이상 껑충 뛰었다. 반면 금융중산층으로 분류되는 1억원 미만 투자자들의 자산 비중은 43.1%에서 29.7%로 13.4%포인트나 줄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고액자산가에 대한 금융자산 쏠림현상이 더 심해졌다는 뜻이다.
이 같은 불균형은 1인당 금융자산의 추이를 보면 더 확연하게 나타난다. 같은 기간 10억원 이상 고액자산가의 1인당 금융자산은 38억원에서 45억원으로 18% 이상 증가했지만 1억원 미만 일반투자자의 평균 자산은 446만원에서 470만원으로 불과 5.3% 늘어나는 데 그쳤다. 이 기간 물가상승률이 연 3~4% 수준이었던 점을 감안하면 금융중산층의 자산은 사실상 줄어든 셈이다. 이에 따라 양 계층 간 자산격차는 무려 962배로 벌어졌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금융자산 양극화의 원인을 최근의 유럽 재정위기 등 금융환경 변화에서 찾고 있다.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체감물가가 상승하면서 금융중산층의 교육ㆍ생활비 부담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다. 게다가 집값 하락으로 대출금 상환 부담까지 겹치면서 실질자산이 쪼그라들고 있다는 분석이다. 반면 자금여력이 풍부한 고액자산가들은 여윳돈을 은행이나 증권사에 넣어두고 종합자산관리 서비스(랩어카운트) 등 각종 금융 서비스와 투자정보를 제공받아 자산소득을 높일 수 있는 기회가 상대적으로 많아 자산을 불리기 쉽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한 대형 증권사 투자컨설팅 담당자는 "뭉칫돈을 여유자금으로 보유한 고액자산가와 생활비 부담 등을 감내해야 하는 금융중산층의 차이는 결국 투자기회의 차이로 나타날 수밖에 없다"며 "이를 해소하려면 고액자산가에게 집중된 금융 서비스 대상을 확대하고 금융중산층도 참여할 수 있도록 상품의 진입장벽을 낮추는 것이 시급한 과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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