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취업장사에서 무분규 선언까지’ 올해 노사관계의 스펙트럼이다. 비정규직 법안을 비롯한 각종 법ㆍ제도의 변화로 정치투쟁 성격의 연대 파업이 어느 해보다 많았으며, 노조 간부들의 취업장사 등 노조권력을 악용한 독직과 불법도 두드러지게 불거졌다. 올해는 노동계 내부의 비리가 연이어 터져 나오면서 이른바 ‘귀족 노조’에 대한 사회 전반의 비난여론이 급속도로 확산됐다. 수세에 몰린 노동계가 국면전환을 위해 대정부 투쟁의 강도를 오히려 높였으며, 이 결과로 노사 및 노정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는 부작용을 피하지 못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노동계 내부의 잇단 비리는 노조가 더 이상 약자가 아니라 사회적 강자로 군림하고 있다는 사실을 재확인시켜주는 대표적 사례”라며 “노조 간부들의 특권의식과 막가파식 강경투쟁이 노조는 물론 기업경영에까지 큰 상처를 남긴 것이 가장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비정규직 문제가 노사문제의 핵심으로 떠오르면서 울산건설플랜트 노조, 현대하이스코 사내하청 노조 등 비정규직과 사내하청 등 비정규직 근로자를 중심으로 한 노사갈등이 빈번하게 발생한 것도 새로운 특징. 이 과정에서 일부 노조에서는 여전히 쇠파이프와 각목, 화염병을 사용한 과격한 투쟁의 모습을 보여 빈축을 샀다. 아시아나항공과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의 파업으로 정부가 긴급조정권까지 발동하는 아주 이례적인 일들도 발생했다. 그러나 개별 사업장의 노사분규 건수는 과거에 비해 많이 줄었다. 노동부에 따르면 올들어 지난 11월까지 발생한 노사분규는 총 274건으로 지난해(452건)보다 178건이나 크게 감소했다. 노사분규로 생긴 근로손실일수도 지난해(115만9,000일)보다 30.8% 줄어든 80만2,000일로 집계됐다. 또 불법 분규건수 역시 지난해 57건에서 올해 13건으로 77.2%나 줄었다. 이는 노동계에 대한 비난여론과 함께 법과 원칙에 입각한 노사분규에 대한 사회적 요구가 높아지면서 내부적으로 자성의 목소리가 차츰 힘을 얻고 있는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지난해 정유업계 최초로 파업을 일으켜 물의를 일으켰던 GS칼텍스 노사가 올해 무분규를 선언하는 등 많은 대기업 노사가 ‘상생의 악수’를 나누기도 했다. 이동응 한국경영자총협회 상무는 “노동계는 이제 상급단체나 일부 노동운동가 중심의 활동이 아닌 전체 조합원, 더 나아가서는 전체 근로자들을 위하는 마음으로 노동권 행사의 근본목적을 깊이 고민해야 한다”며 “경영계 역시 열린 마음으로 노동계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투명경영의 실천을 통해 투명한 노사관계의 기틀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