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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도도미노”침체경기 치명타/한보부도 100일/산업·금융계 파장

◎금융기관 부실화… 해외차입여건 악화/철강업계 공급과잉해소 “즐거운 비명”/한보철강·건설 3자인수 물밑작업 한창3일로 한보그룹이 부도가 난 지 1백일이 된다. 지난 1월23일 한보철강의 부도처리에서 시작된 한보파문은 정태수 총회장과 정보근 회장, 정치인, 은행장들이 잇따라 구속되고 국회 청문회로 이어지면서 경제계는 물론 정치권을 발칵 뒤집어 놓았다. 부도 1백일째를 맞은 현재 한보철강과 한보건설(구 유원건설)은 제3자 인수를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이지만 나머지 계열사들은 파산지경에 놓여 한보그룹의 운명이 꺼져가는 등불 신세다. 한보부도가 연관산업에 미친 영향과 현황 등을 짚어본다.<편집자주> ▷산업부문◁ 철강업계는 한보철강 부도이후 상당한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철강산업은 공급과잉에 따라 지난해 하반기부터 극심한 어려움을 겪어왔으나 한보 부도로 제품공급이 줄어들면서 가수요까지 일자 즐거운 비명을 지르고 있다. 국제시황도 호전되고 있어 즐거움이 두배가 됐다. 한보철강의 주력제품인 철근의 경우, 당진제철소 부도로 공장가동을 중단했을 때 기업들의 재고가 38만1천톤에 달했으나 한달만인 2월말 33만톤으로 줄었고 지난달 25일 현재 25만톤 정도다. 철근업체들은 3월에 두차례 가격을 인상, 지난해 상반기 수준으로 회복시켰다. 당진제철소는 지난 3월 봉강 및 열연공장의 출하량이 각각 12만5천톤과 12만7천4백톤을 기록, 모두 6백41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려 지난 95년 가동이래 최대실적을 올리는 등 정상가동에 돌입했다. 그러나 B지구(코렉스 미니밀)는 금융권의 자금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어 건설공사가 전면 중단된 상태다. 한보철강의 재산보전관리인단 관계자는 『검찰의 한보 재수사가 종결되면 공사자금 지원이 시작될 것으로 보이지만 채권은행단이 B지구 완공보다는 제철소 조기매각에 관심을 두고 있어 작업재개가 불투명한 상황이다』고 말했다. B지구 공사 재착수가 늦어지게 되면 발전소설비 등을 공급키로 계약한 삼성중공업 등 중공업체들의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날 것으로 보인다. 삼성 한라 현대 등 중공업체들은 각각 수백억원에 이르는 설비공급대금을 결제받지 못해 애를 태우고 있으며 일부 기업은 자기자금을 내고 외국 설비제작사에서 설비를 들여다 창고에 쌓아두고 있는 상황이다. 한보그룹의 부도는 건설부문에도 상당한 영향을 미쳤다. (주)한보 건설사업부와 한보건설이 1군 건설업체였던 만큼 부도파문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클 수밖에 없다. 이들 기업의 주택사업 비중이 크지 않아 아파트 공사중단 등 소비자들의 직접피해는 적었으나 하도급 전문업체들이 연쇄도산하고 해외건설이 차질을 빚는 등 건설업계에 주름살을 주었다. 특히 한보의 해외건설사업의 경우, 필리핀 카섹난 댐 건설공사 등에서 공기에 차질이 빚어졌고 러시아 군막사 건설현장에서는 하도급업체의 공사대금 체불이 문제가 돼 한국건설업체의 국제 신인도에 먹칠을 했다. 일부 국가의 도로공사 현장에서는 현장책임자가 본사에서 보내온 돈을 자신의 부업자금으로 빼돌리는 바람에 말썽이 나기도 했다. 그러나 현재 이들 건설분야 계열사에는 재산보전처분결정이 내려져 제일은행 등 채권단과 법원의 협의자금 지원이 이뤄져 상황이 호전되고 있다. 특히 한보건설은 도로공사가 발주한 1천3백억원 규모 고속도로 건설사업을 수주하는 등 일감확보에 적극 나선 가운데 대성산업 등 몇몇 그룹사들이 인수의사를 내비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편 한보그룹은 정태수 총회장 일가의 재산이 압류되고 정보근 회장이 구속됨으로써 사실상 공중분해된 것으로 보인다. 22개 계열사중 법정관리를 신청한 5개사 이외의 17개사는 대부분 연간매출액이 수십억원에 불과하고 만년 적자상태여서 주력계열사와 운명을 같이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정보근 회장의 구속으로 한보그룹은 구심점을 잃었으며 현재 정한근 부회장이 한맥유니온 등 자력회생 가능성이 보이는 일부 계열사의 운영에 몰두하고 있다.<한상복> ▷금융부문◁ ◇연쇄부도=한보부도로 금융기관들의 대출관행이 변화하면서 자금이 어려운 한계기업들의 연쇄부도로 이어졌다. 이미 지난해부터 자금악화설이 돌았던 삼미그룹의 경우 한보사태로 인해 치명적인 타격을 받아 결국 부도로 이어졌고 부도 대기업에 연루된 하청업체 및 협력업체들도 무더기로 쓰러졌다. 지난 2월과 3월중 전국 어음부도율은 0.24%를 기록, 지난 82년 이·장 어음사기사건이후 15년만에 최고수준을 두달째 유지했다. ◇대외신인도 추락 및 해외차입조건 악화=한보사태로 5조원에 이르는 부실여신을 떠안게 된 금융기관들은 대외신인도가 추락, 해외차입여건이 크게 악화됐다. 지난 2월 세계적인 신용평가회사인 미국의 무디스사는 한보부도로 타격이 컸던 조흥·외환·제일은행에 대한 장기신용등급을 한단계씩 하향조정했다. S&P(Standard & Poor’s)사도 지난 4월 제일은행에 대한 장기신용등급을 한단계 하향조정했다. 이처럼 국내 금융기관들의 대외신인도가 떨어지면서 외국 금융기관들은 한국계 은행들에 대한 대출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움직임을 보이는가 하면 한국계 기관들의 해외차입금리수준이 전년에 비해 평균 0.2∼0.3%포인트 올라간 상태이며 일부 은행과 종금사들의 경우 해외의 차주들이 지나치게 높은 금리를 불러 해외차입 자체를 포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기관 대출관행의 변화=한보사태이후 금융기관들의 대출관행이 크게 바뀌었다. 특히 은행의 경우 행장이 거액여신에 대한 전결권을 가지고 있었으나 한보부도이후에는 여신결정과정에서 행장을 제외시키는 여신심의(혹은 심사)위원회가 거의 모든 은행에 설치되면서 대출과정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다. 또 과거에는 형식적인 고려사항에 불과했던 기업의 신용리스크에 대한 기준이 크게 강화되면서 재무구조가 취약하거나 자금사정이 어려운 기업들은 자금구하기가 더욱 어려워졌다. 이같은 사정은 제2금융권도 마찬가지다. 이에 따라 기업의 신용리스크에 따라 대출금리나 CP 혹은 회사채금리가 차별화되는 양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났다. ◇금융기관 부실화와 대형부도 방지를 위한 시스템 마련=대형부도와 이에 이은 부도도미노로 금융기관의 부실여신이 크게 늘어나면서 금융시스템의 위기가능성까지 대두되자 정부는 부실여신의 유동화를 통해 은행 부실화를 막고 부실기업의 정상화를 지원하기 위해 성업공사를 모체로 부실정리전담기금을 설립키로 했다. 또 한보와 삼미의 부도이후 진로그룹마저 부도위기에 몰리자 금융기관들은 금융권의 자금악화기업에 대한 채권조기확보노력으로 인해 어쩔 수 없이 부도로 내몰리는 경우를 막기위해 어음교환소협약을 초법적으로 개정하면서까지 「부도방지협약」을 마련했다. 그러나 금융권간의 이해관계 대립과 협약이행을 강력하게 추진할만한 주체가 없는 점 등으로 인해 시작부터 휘청거리고 있는 실정이다. ◇금융시장 신조류=금융기관별, 기업별 신용도에 따라 금융상품의 가격이 차별화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제일은행 등 대형부도 연루기업이 발행한 CD나 개발신탁은 여타 은행이 발행한 것들보다 높은 수익률이 형성되고 있으며 부실화 우려가 높은 금융기관이 지급보증한 회사채도 싼 값에 거래되고 있다. 기업의 입장에서도 재무구조가 취약한 기업들은 보증처를 찾지 못해 자금조달에 더욱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우량기업과 부실기업이 발행한 CP 매출수익률도 격차가 벌어지고 있다. 금융계 일각에서는 한보사태로 인해 금융기관이나 기업의 신용도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것은 한보사태의 그나마 긍정적인 측면이라고 평가하고 있다.<김상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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