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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달의 과학기술자상] 연구세계

가스차단기에는 전력계통에 고장이 생기면 서로 떨어져 대전류를 끊는 암수 단자가 있다. 고장이 해결되면 두 단자는 서로 붙으며 원 상태로 복귀한다.그런데 암수 두 단자가 떨어질 때 거대한 「아크 플라즈마」가 생긴다. 전류가 흐르지 않게 하려면 아크 플라즈마를 없애야 한다. 이 때 아크 플라즈마를 없애기 위해 사용하는 절연매체가 육불화유황 가스다. 육불화유황은 무색·무취·무해한 가스다. 하지만 아크 플라즈마와 섞이면 강한 독성을 띤다. 차단기 시험을 하다보면 이 독성 가스를 없애고 탱크를 청소해야 할 경우가 많다. 이런 날이면 宋부장은 작업자에게 삼겹살을 대접한다. 돼지고기는 독성을 중화시키는 작용을 한다는 속설 때문이다. 지난 15년 동안 기기 시험중 작업자와 연구원을 위해 宋부장이 대접한 삼겹살을 따지면 9마리 분량은 족히 된다. 또 각 기기를 시험하기 전에는 돼지머리를 놓고 고사를 지낸다. 지금까지 시험을 9번 치렀으니 돼지 아홉 마리를 제물로 바친 셈이다. 그는 『함께 고생한 동료들을 위해 과학기술자상 수상 턱도 역시 삼겹살에 소주를 대접하겠다』고 말한다. 宋부장은 남보다 신혼기간이 길었다. 결혼한 뒤 2년 가량을 외국에서 보냈기 때문이다. 그는 입사 이듬해인 86년 결혼했다. 한창 신혼의 단 꿈에 젖어 있을 때 회사에서 신입사원 한 명에게 주는 기술연수생에 선발된 것이다. 차단기 분야에서 최고를 자랑하던 일본 히타치연구소에서 선진 기술을 배울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하지만 남겨두고 가야할 각시의 얼굴이 눈 앞에 어른거렸다. 며칠간의 고민 끝에 그는 일본행을 결정했다. 학창시절 심취했던 정약용의 실학사상의 영향이 컸다. 宋부장은 『지금도 그 때를 생각하면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뿐』이라고 말한다. 특히 아들 희석(14)이 태어날 때 부인 곁에 있지 못해 당시 얘기만 나오면 할 말이 없다고 귀띔한다. 그는 또 연수외에도 출장을 자주 다닌다. 『직장생활 15년 동안 출장과 연수를 합하면 약 4년은 집을 비운 셈이다』며 부인이 출장을 반기지 않기 때문에 출장 계획이 서면 모른 척하고 있다가 출발 2~3일전에 알린다. 宋부장은 앞으로 800㎸ GIS를 개발하다가 그만둔 박사과정을 먼저 마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세계 시장에서 일본의 히타치, 스위스의 ABB, 프랑스의 알스톰(ALSTOM)과 당당히 경쟁할 수 있는 제품을 개발하겠다는 야심을 가지고 있다. 그는 소록도와 마주한 전남 고흥이 고향이다. 그래서인지 문둥이 시인 한하운의 「보리피리」를 좋아한다. 또 혼자 있을 땐 「아침이슬」을 즐겨 부른다. 연구소 밖에서는 따뜻한 마음을 찾고, 연구소 안에서는 거친 광야를 묵묵히 걸어가는 그를 본다. 김성수기자SS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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