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연시를 틈타 식품업계가 기습적으로 가격인상에 나서고 있다.
새 정부가 들어선 후 가격동결 압박에 억눌려 있던 업계가 저물가가 지속되자 원가 압박을 이유로 너도나도 가격인상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연말연시를 놓치면 가격을 올리기 쉽지 않다는 인식이 팽배해지면서 제과·제빵, 음료, 과자 등 선두업체들의 대표제품이 가격인상을 주도하고 있어 도미노 인상이 우려된다.
파리크라상이 운영하는 파리바게뜨는 오는 1월15일부터 640여개 품목의 33%에 해당하는 193개 품목에 대해 평균 7.3% 가격을 인상한다고 30일 밝혔다. 이에 따라 대표제품인 밀크플러스 우유식빵이 2,600원에서 2,800원(7.7%), 카스텔라가 1,200원에서 1,300원(8.3%), 블루베리시폰 케이크가 2만1,000원에서 2만2,000원(4.8%)으로 각각 오른다. 파리바게뜨가 가격을 인상한 것은 지난 2011년 6월 이후 2년6개월 만이다.
파리크라상의 한 관계자는 "이번에 인상되는 품목을 제외한 나머지 440종의 가격은 동결할 계획"이라며 "원재료비·인건비 등 원가상승 요인의 영향으로 수익성 악화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롯데제과는 27일 '빼빼로' 가격을 중량을 바꾸는 방식으로 20% 올려 꼼수 인상이라는 지적을 받고 있다. 초코·딸기·하미멜론 빼빼로는 기존 42g에서 52g으로, 아몬드·땅콩 빼빼로는 32g에서 39g으로 규격을 바꾸면서 권장소비자 가격도 1,000원에서 1,200원으로 조정했다.
오리온은 26일 국민 간식 '초코파이' 가격을 12개들이 한 상자 기준 4,000원에서 4,800원으로 20%나 인상한 것을 비롯해 후레쉬베리 가격도 3,000원에서 3,200원으로 6.7%, 참붕어빵과 고소미도 각각 8%·25% 값을 올렸다.
해태제과도 다음달부터 '에이스'를 비롯해 오예스·연양갱 등 7개 제품가격을 평균 8.7% 올리기로 하고 현재 대형마트 등 각 유통채널과 협상 중이다.
음료업계도 가격인상 대열에 가세했다. 음료시장 점유율 2위인 코카콜라는 24일 콜라·스프라이트·파워에이드·조지아커피 등 주요 제품군의 가격을 평균 6.5% 인상한다는 방침을 밝혔다. 펩시콜라와 칠성사이다를 판매 중인 롯데칠성음료를 비롯한 다른 음료업체들도 조만간 가격인상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정부와 소비자단체의 물가 감시로 인해 가격을 올리지 못했던 업체들이 연말연시 들뜬 분위기를 틈타 무더기 가격인상에 나서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로 한 업계 관계자는 "식품업계 전반적으로 그동안 가격인상이 억눌려왔던 것은 사실"이라며 "내년에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물가 집중관리에 나설 것이기 때문에 지금 남들이 할 때 같이 가격을 올리지 않으면 나중에 올리기 쉽지 않다는 판단도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귀띔했다.
이와 함께 공공요금도 새해부터 줄줄이 오를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공공기관 경영혁신에 나선 정부는 우선 자구노력을 진행한 후 그래도 체질개선이 어렵다면 원가보상률 등을 따져 공공요금을 올릴 수밖에 없다는 입장이다. 이미 제주 등 일부 지방자치단체에서는 상수도·버스 요금 등이 꿈틀거리는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전기료와 상수도, 고속도로 통행료 등이 오를 가능성이 크다. 정부와 공공기관은 지난해 10월 국회에 제출한 '2013~2017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통해 요금 상승률을 물가상승 수준으로 올리거나 감면 혜택을 축소하는 방향의 인상안을 제시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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