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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로당 어르신들
입력1999-04-07 00:00:00
수정
1999.04.07 00:00:00
노인들이 도시생활에서 가장 쉽게 이용하는 시설이 바로 경로당이다. 우선 동네에서 마땅히 갈 곳이 없기 때문에 자주 찾는다. 그곳에 가면 동년배와 말벗이 될 수 있고 심심풀이 화투놀이로 무료함을 달래 수도 있다.민선자치 전인 95년도와 후인 98년도를 비교해보면 65세이상 노인인구는 4.7% 증가했으나 경로당 이용인구는 24.7%나 감소한 조사결과가 있었다. 정말 뜻밖이다. 대부분 새로운 청사를 마련하고 떠나버린 동사무소 건물이나 낡은 시설을 개수해 경로당으로 사용되는 경우가 많다.
때문에 시설이 노후하고 환경이 열악할 수 밖에 없다. 일부 경로당의 경우 친소 정도로 구분되어 회원제로 운영되니 새로운 이용자는 쉽게 어울릴 수가 없어 겉돌게 된다. 노인들은 질병이나 빈곤은 팔자로 돌리고 말지만 소외되는 고독은 싫어한다.
직업도 그렇지만 할아버지 무릎에서 옛날 얘기를 듣던 어린시절 향수로 경로당에 자주 들르게 된다. 그러나 할머니들은 TV앞에 계시고 할아버지들은 화투놀이가 경로당 풍경이다. 경로당이 하루를 소일하는 놀이터가 아니라 지난 날의 경륜과 실력을 재충전하여 지역에 봉사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건전한 오락을 함께 할 수 있는 장소로 개선되어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
노인분들 스스로 왕년의 기술을 재투자하여 작은 봉사라도 할 수 있는 터전을 만들어 사회현장에서 만나게 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되겠다. 미장기술이 있다면 아직도 많은 가정에서 사용하고 있는 연탄아궁이를 고쳐주고, 원예기술자는 공원의 정원수를 전지하는데 참여케 하고, 오는 4월말께 개관되는 도서관에서 장서를 정리하고 대여하는 자원봉사도 할 수 있을 것이다.
해질녘까지 동네 폐·휴지를 모아 환경미화원 휴게실에 양말셋트나 라면박스를 남몰래 들여놓던 할머니가 계셨다. 자식들이 알게되면 마음아파할까봐 낯선 동네에서 아무도 거들떠 보지 않던 폐지를 모아 남을 돕던 고운 심성을 가진 그 할머니 같은 많은 분들을 다시 만나뵙고 싶다.
「노인은 우리를 낳아 기르고 문화를 창조 계승하여 국가와 사회를 수호하고 발전 시키는데 공헌하여 온 어른으로서….」 경로헌장 서문의 한 구절이다. 청소년들이 장래를 책임질 세대라면 어르신들은 현재의 우리 세대들을 책임지고 땀흘린 분들임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高在得서울성동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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