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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이런 파렴치한 은행이…

카센터·자동차 용품점 사장의 울분<br>8년전 담보 대출 대가로 보험 강요 등 노예부리기<br>오디오 무료장착 요구까지 갑작스런 일시상환 닦달에<br>건물 경매·폐업으로 내몰려


대전에서 카센터와 자동차 용품점을 운영하는 배모(41)씨는 최근 몇 달 사이 밤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해 체중이 10㎏이나 줄었다. 8년째 운영해오던 사업장 부지와 건물을 최근 주거래 은행이 경매 처분하며 소유권을 잃게 됐기 때문이다. '죽지 못해 살고 있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그가 느끼는 심적 고통은 크다. 배씨는 "20대에 처음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20년 가까이 노력했던 피와 땀이 고스란히 녹아 있는 사업장"이라며 울분을 토로했다.

배씨의 불행은 카센터 사업을 시작했던 지난 2004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배씨는 사업장 부지 매입과 시설투자를 위해 부동산을 담보로 10억원을 대출 받았다. 처음으로 개인사업을 시작했다는 기쁨도 잠시, 이후 배씨는 거래은행의 연이은 횡포에 '벙어리 냉가슴'을 앓아야 했다.

영업점 직원은 대출 승인 조건으로 변액보험 10좌 가입을 강요했다. 이도 모자라 배씨 부인 명의로 변액보험 3좌를 추가 개설하도록 했다. "실적유지를 위해서는 1년간 상품을 해지하면 안 된다"는 창구 직원의 요구에 따라 배씨는 다달이 200만원에 육박하는 보험금을 납부해야 했다. 흔히 말하는 '보험 꺾기(구속성 예금)'였다.

"당시는 사업 초기였기 때문에 자금사정이 좋지 않았어요. 하지만 은행에서 큰 돈을 대출해줬다는 고마움에 그 정도 고통은 감수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최초 대출시 은행 창구의 권유로 가입했던 적금 상품 역시 대출을 연장할 때마다 해지하고 가입하는 일이 반복됐다. 그는 "변액보험과 적금을 중도에 해지하면서 수년간 손해를 본 금액이 1,000만원은 족히 넘는다"고 말했다.

배씨는 은행의 각종 꺾기에 시달리는 것과 별개로 지점장과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온갖 일을 다 해야 했다. 말이 관계이지 지점장은 갑을 관계를 이용해 사실상 '노예' 부리듯 했다.

지점장 관용차의 무료 세차는 기본이고 지점장 부인의 개인차에 200만원 상당의 카오디오를 무료로 장착해달라는 요구까지 들어줘야 했다.

그러다 배씨가 폐업 직접까지 몰리게 된 결정적인 사건이 터졌다.

2006년 3월에 엔화대출로 기존 대출을 갈아타면서부터다. 그해 초 새로 부임한 지점장은 "지점 실적이 좋지 않다"며 배씨에게 대환대출을 강요했다.

"금융에는 무지해 엔화대출이 뭔지도 몰랐습니다. 지점이나 은행 직원들 조차도 엔화대출은 처음 취급하는 것이라고 하더군요. 당연히 약관에 대한 설명조차 듣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당시 890원이던 엔화 환율이 2009년에 1,600원까지 폭등하면서부터 불거졌다.

환율이 오른 만큼 배씨의 대출 원금이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배씨가 매월 부담해야 하는 이자만 해도 1,300만원까지 올라갔다.

그러다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 들려왔다. 은행이 2009년 8월 "엔화가치 상승으로 리스크가 높아졌다"며 대출 연장을 거절, 배씨에게 3개월 내에 전액 일시상환을 요구해온 것이다.

급한 마음에 배씨는 처음에 엔화대출을 요구했던 지점장을 찾아갔지만 "엔화대출 승인해준 것 중 여러 건이 문제가 발생해 명예퇴직을 신청해놓은 상태"라는 대답만 돌아왔다. 영업점 직원들도 대출 연장을 간곡히 부탁하는 배씨에게 "억울하면 법대로 하라"고 말하며 매몰차게 돌아섰다.

결국 배씨가 운영하는 사업장 부동산은 몇 차례 유찰 끝에 최근 새로운 주인에게 넘어간 상태다.

"힘들 때 중소기업들의 우산을 뺏는 곳이 은행이라고 들었지만 이렇게 일순간에 모든 것을 앗아갈 줄은 몰랐어요."

한동안 원망과 자책감에 방황하던 배씨지만 최근에 힘겹게 마음을 다잡고 새 출발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 은행의 두 얼굴의 모습에 대해서는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한다고 소리를 높였다. 자신과 같은 중소기업 피해자들이 너무나 많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맨땅에서 시작했던 것이기 때문에 다시 시작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없습니다. 다만 제2, 제3의 피해자가 등장하지 않도록 은행권이 진정으로 상생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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