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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자전거 제조와 수출을 위해 불가피하게 14개 자전거 유통점을 운영한다던 LS그룹이 대표 골목상권인 자전거 가맹점(프랜차이즈) 사업에까지 진출하기로해 영세업체들이 강력 반발하고 있다.
최근 대기업들이 베이커리, 커피, 순대 등 골목상권에서 잇따라 철수하는 것과 정반대로 LS그룹은 '골목 안으로'를 강화하는 모습이다. 자전거 소매업주들은 자본력을 앞세운 LS가 자전거 가맹점 사업을 벌일 경우 영세한 동네 자전거 점포는 초토화될 것이라며 "이윤논리만을 앞세운 LS그룹은 당장 자전거 사업에서 손을 떼라"고 집단행동을 불사할 태세다.
LS그룹의 유통 계열사인 LS네트웍스(구 국제상사)는 8일 자전거 유통점인 '바이클로'의 가맹점 사업 준비가 마무리 단계라고 밝혔다. LS네트웍스 관계자는 "제품 브랜드명을 '무브'로 정했다"며 "정비기술이나 자전거 안전교육 매뉴얼, 자전거 여행관련 서비스 등 가맹점에 필요한 각종 운영 체계를 거의 완성했고, 올해부터 신규 창업자를 위한 교육과정을 개설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LS는 앞으로 전기 자전거를 생산해 국내외에 판매한다는 입장을 되풀이하고 있다. 이 회사는 2010년 4월 자전거 수입ㆍ유통점인 바이클로 매장을 첫 개설해 자전거 유통업에 진출했다.
이에 대해 자전거 소매 영세상인들은 "손바닥만한 시장까지 대기업이 전부 잡아먹는다"고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굴지의 재벌이 자전거 바퀴 펑크를 때우거나 튜브를 가는 등 코 묻은 돈까지 빼앗아가야 하냐는 원성이다.
한국자전거판매업협동조합의 인보식 이사장은 "파리바게뜨 가맹점으로 인해 동네빵집이 죄다 사라졌는데 LS의 자전거 가맹점 사업이 시작되면 동네 자전거포가 살아남을 수 있겠냐"면서 "사회적 약자를 무시하고 여론을 의식하지 않는 LS의 횡포가 놀라울 따름"이라고 말했다. 실제 바이클로 인근 상인은 매출이 30% 정도 급감하고, 폐업하는 영세 점포도 꽤 있다는 게 인 이사장의 설명이다.
그는 "시장 규모가 1조원대라면 몰라도 얼마 되지도 않는 골목상권에 들어온 LS의 속내를 모르겠다"며 "아마 시장을 싹쓸이한 뒤 가격을 맘대로 올리려는 의도가 아니겠냐"고 내다봤다. 국내 자전거 소매 점포는 약 2,500개로, 시장규모는 2,500억원 내외로 추정된다.
인 이사장은 "만약 LS가 영세 상인들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시위는 물론 소상공인단체 등과 연합해 LS 불매 운동을 벌일 계획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LS네트웍스 관계자는 "우리 손으로 좋은 자전거를 만들어 보겠다는 게 당초 취지였는데, 진의가 왜곡되는 것 같아 곤혹스럽다" 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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