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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장관회담] 北, 회담불참 속사정은
입력2001-03-13 00:00:00
수정
2001.03.13 00:00:00
상황변화‥"일단 연기후 내부조율"제5차 남북 장관급회담을 일방적으로 연기한 북한의 속사정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북측 전금진 단장은 13일 오전 남측 박재규 수석대표에게 전화통지문을 보내 "여러가지를 고려해 오늘 회담에 참석할 수 없게 됐다"고 통보했다.
이와 관련 정부 당국자는 "내부 사정인 듯하다"고만 얘기할 뿐 북측의 '여러가지' 사정이 구체적으로 무엇인지는 밝히지 않고 있다.
정부도 북측의 연기사실을 사전에 전혀 인지하지 못해 배경설명에 혼선을 빚고 당혹해 하기는 마찬가지다.
현재로선 북측이 회담연기로 인한 남측 여론의 반발이 충분히 예견되는 시점에서 '내부사정'을 들어 일방적으로 연기사실을 통보한 배경에 대해 추측만 무성할 뿐이다.
문제는 이번 장관급회담 연기가 남북대화 채널의 단절로 이어져 올 상반기로 예정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서울답방을 비롯한 남북관계 전반은 물론 무르익고 있는 남북경협 등에도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성급하게 비관적인 결론을 내릴 필요는 없다"는 주장과 함께 "지난해 남북정상회담도 하루 연기돼서 열리지 않았느냐"며 "북측의 진의를 좀 더 파악해봐야 할 것"이라는 신중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부시 행정부의 대북강경 발언에 대한 반발= 한미 정상회담에서 밝혀진 미 행정부의 대북 강경기조가 북한을 자극, 이에 대한 반발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 당국자들은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 고위 당국자는 "만일 그런 이유(한미정상회담 관련)라면 우리가 알아 차릴 수 있는 표현을 사용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외교안보연구원 유석렬 교수는 "남북 장관급회담에 앞서 북한은 그동안 한ㆍ미 정상회담을 예의 주시해 왔다"며 "미국의 강경기조에 대한 불쾌감을 표시하기 위한 방법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남북관계는 원만하게 진행되고 있지만 '미국이 도발적 강경책을 사용하고 있다'는 위기감을 주민들에게 보여주고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라는 게 유 교수의 분석이다.
미국이 북한에 대한 검증차원의 가시적인 조치로 핵무기, 미사일, 재래식 무기, 군대의 전방배치 문제 등을 거론하는 것에 대해 못마땅해 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 위원장 서울답방 "내부 정리중"= 김 위원장의 서울답방이 상반기로 맞춰져 있다고 가정할 경우 답방의제와 시기조율을 공식적으로 논의할 채널은 이번 장관급회담 뿐이다.
따라서 북측은 김 위원장의 답방문제를 포함해 내부 조율을 마무리 한 뒤 5차 장관급회담을 개최하는 것이 더 효율적이라고 판단한 듯하다.
동국대 고유환 북한학과 교수는 "북측이 남측과 협상에 임하는데 있어 내부정리가 안된 것 같다"며 "이번 5차 장관급회담이 김 위원장의 답방 등으로 갖는 의미가 큰 만큼 내부입장 정리에 시간이 더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금진 북측 단장 건강악화= 통일부는 북한측의 연기 배경중 하나로 '전금진 단장의 건강악화'를 들고 있다.
정부 한 당국자는 "67세의 전 단장이 최근 손떨림 현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 사실을 뒷받침했다.
전 단장은 지난해 7월 열린 1차 장관급회담때부터 4차때까지 줄곧 북측 단장을 맡아 왔다. 전 단장의 급작스런 건강악화로 인력풀이 빈약한 북한으로서는 전 단장을 교체할 '유능한' 인물을 선뜻 선택하지 못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정부 당국자가 "회담이 2~3달 연기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분석이다.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 등 남측 반대여론 부담= "김정일 답방반대", "대북정책 전면 재검토" 등을 주장해온 남측 보수세력이 부시 미 행정부의 대북 강경 입장에 힘을 얻어 목소리를 높이고 있는 것도 북측이 부담스러워한 요인이 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황인선기자
김홍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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