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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8일 김후(고려대 한국사학과 2년) 씨, 김선우(홍익대 경영학과 2년) 씨, 강주원(동국대 경영학과 4년) 씨, 임세란(안양대 경영학과 3년) 씨 등 대학생 탐방단과 찾은 서울 등촌동 티제이(TJ)미디어 본사. 사무동 1층에 있는 카페테리아에 앉자 반대편에 설치된 무대에서 음악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매주 수요일 오후 1시에 TJ미디어 내 사내밴드 'TJ밴드'가 펼치는 정기 공연이다. 직원들은 커피를 손에 들고 삼삼오오 자리를 잡고 공연을 즐겼다.
TJ미디어는 자유로운 기업문화로 유명하다. 업무 중 사내 카페테리아 '티움'에 가면 바리스타에게 원하는 음료를 무료로 마음껏 먹을 수 있고 복장도 특별히 규제하지 않는다. 노래반주기 회사답게 층마다 노래연습실이 있어 틈날 때 동료들과 함께 스트레스를 풀 수 있거나 관리자들에게 간단히 보고할 내용이 있을 때 '카카오톡'을 활용한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회사 소개를 맡았던 이동섭 이사는 자신있게 '휴가제도'를 TJ미디어의 장점으로 꼽았다. 법제화 이전부터 주 5일 근무를 철저히 지켰던 것은 물론 연휴 중간에 낀 '샌드위치 데이'에는 기본적으로 쉬는 게 원칙이라는 것. 명절 연휴에도 앞뒤 날짜는 휴무일로 지정한다.
평소 밴드 활동을 하며 음악에 관심이 많다는 김선우 씨는 "생각보다 자유로운 분위기가 너무 인상적이다"라며 "음악을 전공한 건 아니라 음원제작 파트에서는 일 할 수 없겠지만 관심을 살려 마케팅 업무를 맡으면 너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독특한 기업문화에 대해 윤재환 회장은 "음악인과 함께 작업을 하다 보니 딱딱한 문화로는 회사를 유지할 수 없다"며 "직원들의 창의성을 극대화시키려는 배려이기도 하다"라고 설명했다.
노래반주기업계가 대기업이 아닌 중소기업 중심의 시장이 형성된 데는 경직되거나 권료주의적인 기업문화로는 문화 비즈니스를 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콘텐츠가 핵심인 시장의 특성상 직원들이 대기업이 지닌 형식의 틀에 얽매이지 않으려고 하는 경향이 강하다. 이 이사는 "노래반주기가 형태는 전자제품이지만 그냥 전자제품이 아니다"라며 "사실 안에 있는 콘텐츠를 파는 일종의 문화산업"이라고 말했다.
이어 반주음원과 가사, 뮤직비디오 등 부가정보를 제작하는 음악동으로 자리를 옮겼다. 1층에 마련된 스튜디오에 들어서자 학생들은 감탄사를 연발했다. 메인 스튜디오에 있는 음원제작장비의 가격은 대당 10억원. 국내에는 두 대만 있는 장비로 웬만한 음반 제작용 스튜디오보다 시설이 좋다.
콘텐츠연구소를 총괄하는 이우형 부장은 직접 노래반주기에 들어가는 콘텐츠를 만드는 과정을 설명했다. 정상급 세션과 코러스들이 이 스튜디오에 와서 녹음을 하면 믹싱, 마스터링 등 과정을 거쳐 완성된 반주용 음원을 만든다는 것.
특히 TJ미디어는 실제 가수들이 부르는 환경과 동일한 경험을 소비자에게 제공한다는 전략으로 경쟁사와 차별화를 하고 있어 반주제작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이 모습을 본 임 씨는 "그냥 반주를 받아오는 건 줄 알았는데 이렇게 따로 음원을 제작하는지 몰랐다"고 놀라워 했다.
윤 회장은 1층 회의실에서 이뤄진 탐방단과의 간담회에서 "아들이 29세, 딸이 27세로 꼭 탐방단 또래"라며 탐방단을 적극 반겼다. 학생들은 TJ미디어라는 기업과 윤 회장의 경영철학에 대해 질문을 쏟아냈다. 김 후 씨는 "90년대 (50여곳이 넘는) 많은 사업자가 있었는데 지금은 다 사라지고 두 곳만 남았다"며 "TJ미디어가 이렇게 살아남을 수 있었던 비결이 궁금하다"고 물었다.
윤 회장의 답은 간단했다. 바로 "정도경영". 당시만 해도 부가가치세, 법인세 등을 의도적으로 내지 않고 제품을 팔던 사업자가 많았지만 TJ미디어는 처음부터 건강한 재무제표를 만들기 위해 힘썼다는 설명이다. 결과적으로 사회가 투명해지면서 탈세를 저지르거나 부정한 방법으로 거래하던 기업들은 사라질 수 밖에 없었지만 TJ미디어는 성장을 계속할 수 있었다.
"요즘은 '스펙보다 스토리의 시대'라던데…"라는 강 씨의 현실적인 질문도 나왔다. 이에 대해 윤 회장은 "스펙이 너무 높으면 전문성은 높지만 사회성이 떨어진다는 인상을 받는다"며 "스토리는 임기응변으로 해봐야 금방 탄로가 나기 때문에 숨길 수가 없다"며 스펙보다 스토리가 중요하다고 답했다.
탐방단이 앞으로 TJ미디어가 어떤 기업으로 성장하려고 하는지 비전을 묻자 윤 회장은 "노래를 싫어하는 나라는 없다"며 세계 시장에서 노래반주기로 우뚝 솟는 기업이 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그는 "필리핀에 갔더니 노래반주기를 보고 '하나님이 내려준 은총'이라고 하더라"며 "축복받은 기계를 세계로 뻗어나가도록 만들겠다"며 활짝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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