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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매미` 강타] 충격과 공포의 추석 연휴
입력2003-09-13 00:00:00
수정
2003.09.13 00:00:00
홍준석 기자
초 강력 태풍 `매미`의 영향으로 정겨운 추석 연휴가 순식간에 충격과 공포의 시간으로 돌변했다. 남부지방 500만여명의 주민들은 전기ㆍ수돗물의 공급이 중단되고 전화마저 불통되며 암흑 속에서 공포의 밤을 보냈고, 농민들은 침수된 논과 밭, 낙과(落果)로 돌이킬 수 없는 깊은 시름에 잠겼다.
특히 열차가 탈선하고 도로가 유실되는 등 기간교통망에도 큰 피해가 발생해 추석 연휴 막바지 귀경 길은 극심한 정체 현상을 겪을 것으로 우려된다.
◇귀경길 `지옥길`될 듯=태풍의 영향으로 두절된 일부 도로와 철도의 복구작업이 지연돼 더딘 귀경길은 14일까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도로공사는 부산-서울은 7~10시간, 대전-서울 3~4시간, 광주-서울은 7~8시간 가량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오후 들어 경부고속도로 청주-입장 52km 구간을 비롯해 비룡-신탄진 16km, 영천-대림육교 2km 구간은 `가다 서다`를 반복하고 있고, 호남고속도로는 정읍-여산 62km구간에서 차량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다. 도로공사 관계자는 “태풍 소식을 듣고 출발을 미뤘던 귀경객들이 13일 오후 한꺼번에 몰릴 것으로 예상돼 고속도로 일부 구간에서 극심한 지ㆍ정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또한 열차 탈선 사고가 발생한 강원도 영동선과 태백선은 26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선로가 유실되거나 파손됐으나 피해 복구에 상당한 시간이 걸릴 전망이어서 영동고속도로는 평소 주말보다 교통난이 더 심각할 것으로 우려된다.
◇500만명 암흑속 공포의 밤 보내=부산에서는 전주가 뿌리째 뽑히고 변압기가 떨어지거나 폭발, 53만여가구에 전기공급이 중단돼 도시의 절반이 암흑천지로 변했다. 수돗물도 가동이 중단돼 4시간이상 100여만가구에 수돗물이 나오지 않았다.
울산지역도 한전선로 120개 가운데 48개 선로가 끊어지고 변압기가 고장나 15만여가구가 암흑 속에서 고통을 겪었고, 경남지역도 도내 전역에서 전신주가 부러지고 전선이 끊기면서 55만여가구가 정전됐다.
대구와 경북지역도 19만여가구에 전기공급이 끊겼으며 대구 동구와 수성구는 정전에다 수돗물 공급이 끊기고 전화도 불통돼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었다. 대구 동구 방촌동에 사는 주부 박모(30ㆍ여)씨는 “일가친척이 한 곳에 모여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전기공급과 수돗물 공급이 동시에 중단돼 어린이들이 울음을 터뜨리며 불안에 떠는 등 큰 불편을 겪었다”고 말했다.
◇실의에 빠진 농민들=가뜩이나 여름 내내 내린 비로 벼농사를 비롯한 과일 수확에 어려움을 겪은 농촌은 이번 태풍으로 “농사를 망쳤다”는 농민들의 한숨이 메아리치고 있다. 전북도는 1,300여㏊ 논의 벼가 쓰러져 물에 젖었고 낙과피해 면적도 153㏊에 달했다. 전남도 역시 논 2,615ha가 침수됐으며, 6,919ha가 도복 피해를 입었다. 경주시 안강읍에 사는 김달수(48)씨는 “너무 많은 비가 내려 벼 알이 안 여무는데 태풍까지 겹쳐 벼가 모두 쓰러졌으니 건질게 뭐 있겠느냐”며 한탄했다. 경남 진주시 문산읍에서 배를 재배하는 김상중(53)씨는 “태풍으로 떨어진 배는 상품성이 없어 15㎏짜리 한상자에 5,000원을 받기도 힘들다”며 “매년 8,000만~9,000만원 정도의 매출을 올렸는데 올해는 오히려 5,000여만원의 빚을 지게 됐다”고 말했다.
<홍준석기자 jshong@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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