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년 동안 쌓아 온 권총집 제조 기술이 명품 가방 브랜드로 거듭나는 밑거름입니다."
삼덕상공에서 60여 년간 생산한 권총집만 30만 개. 권총집을 시작으로 우편배달부의 상징이 된 갈색 우체부 가방과 군용 세면백, 휴가용 가방까지 모두 이 회사의 히트상품이다. 회사 창업주인 김일환 전 회장이 1948년 대전역 앞에서 가죽 조각을 이어 붙이며 시작한 권총집 사업은 국내 몇 안 되는 가죽 패션 제조 브랜드로 거듭났다.
연매출 100억원에 직원 120명 규모로 성장한 삼덕상공은 부친에 이어 현재 김권기(사진) 대표가 이끌고 있다. 2일 서울 회현동 삼덕상공 사무실에서 만난 그는 "우리나라에서 판매되는 가방 중 10% 남짓한 규모가 순수 국내 제품일 만큼 산업 자체가 열악하지만 가방 산업이야말로 대한민국을 이끌어 갈 미래 먹거리"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대표는 "60~70년대 수출 주역이었던 가방산업이야말로 한국인의 감성과 기술이 결합해 패션 한류를 일으킬 수 있는 분야"라며 "삼덕상공의 기술은 권총집에서 출발해 서류가방까지 진화하며 명품 가방 브랜드로 성장하기 위한 노력을 멈추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삼덕상공은 권총집 등 기술력을 인정받아 국방부 조달본부 납품자격을 획득한 국내 1호 업체이기도 하다. 권총집과 야전배낭, 침낭 등은 물론 최근 한국인의 체형에 맞춘 전투용 조끼까지 생산하는 등 매출의 상당수를 군수용품을 통해 올리고 있다.
군수용품을 통해 다져진 가죽 제조 기술은 CHERUB, PIZZICATO 등 가죽 가방·액세서리 브랜드로 이어졌다. 김 대표는 "남성용 서류가방에 사용하는 기술은 권총집 테두리에 사용하던 절단과 마감 기술이 접목된 것"이라며 "소 4마리의 가죽을 사용해 한 달에 20개씩 생산하지만 품질이 워낙 좋아 주문이 끊이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회사를 이어받기 위해 고등학교 시절 남대문 시장에서 장사를 배운 것을 시작으로 공장 보조와 경리, 제조 등 30년간 회사 모든 분야를 두루 경험했다. 회사와 함께 생활한 지 어언 40여년이 훌쩍 지났다. 그는 "이탈리아 등 가죽 가방 명품 브랜드의 바통을 우리나라가 이어받을 차례"라고 확신한다. 국내 기술과 디자인이 결합해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에서 벗어날 때가 왔다는 것. 김 대표는 "가방 하나에 30~100개 부속이 일일이 디자인돼 들어간다"며 "축적된 기술로 이젠 해외시장 공략에 나설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김 대표는 가방 산업의 핵심인 직원들이 행복한 회사를 만들기 위해 힘을 쏟고 있다. 그는 "단순 작업을 하는 객공이 아닌 장인 대접을 받아야 가방산업이 발전할 수 있다는 생각에 모범직원을 가족과 함께 해외여행을 보내고 현재 파주 짓고 있는 신축공장에는 공연장을 마련해 음악회도 개최할 생각"이라며 "생명과 직결되는 군수용품은 물론 하나하나 손으로 비벼 무늬를 만드는 가죽 가방까지 30년씩 기술을 쌓은 직원들의 결과물"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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