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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금융회사 지배구조] 금융당국 수장들의 푸념

"靑에 줄댄 사람들은 통제 밖" 인사 소리만 나와도 손사래

세월호후 관피아 금지령

이전보다 인사 잡음 줄어

외환위기 직후 이헌재 전 금융감독위원장 시절만 해도 금융 당국 수장은 막강한 파워를 휘둘렀다. 그의 말 한마디는 시장 전체를 움직일 정도로 막강했고 때문에 위기가 닥쳐도 커다란 정책을 내놓기보다는 '립 서비스'만으로도 충분한 효과를 거뒀다. 비단 정책뿐만이 아니었다. 그가 가진 힘은 인사로 이어져 종국에는 '이헌재 사단'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적어도 금융 부분에서 그의 인사권은 대단했다. 당시 고위직을 지낸 한 인사는 "기관장을 비롯해 금융 부분의 사실상 모든 인사는 이헌재 위원장을 거쳐야 했고 과천(재정경제부)조차 그의 눈치를 봐야 했다"고 회고했다.

그의 후광을 입고 이후 1~2명의 후임자들도 적잖이 인사권을 행사하고는 했다. 기관장까지는 아니더라도 1급 정도의 인사권은 쉽게 행사할 수 있었다. 그만큼 금융감독위원회(현 금융위원회)가 갖는 힘은 컸다.

하지만 이명박 정부가 들어서면서 금융 당국 수장의 힘은 급격하게 빠졌다. 모피아(옛 재무관료의 별칭)조차 금융 당국 수장이 아니라 힘 있는 정치인이나 청와대에 줄을 댔다. 자연스럽게 학연과 지연이 훨씬 큰 힘을 발휘했다. 실제로 청와대의 인사비서관과 동향이거나 같은 학교를 나온 사람들이 주요 포스트에 배치됐고 그들과 인연이 있는 사람들이 덩달아 인사의 힘을 쓰고는 했다.

이는 금융 당국의 인사 영향력을 현격하게 떨어뜨렸다. 한 전직 금융 당국 수장은 "노무현 정부 때는 그래도 1급까지 정도는 장관이 했다. 그러다가 이명박 정부 되니까 청와대가 다 챙기더라"며 "1급 인사도 청와대의 허락을 받아야 했다. 심지어 청와대에 줄을 댄 국장 인사는 내 맘대로 하기 힘들더라"고 푸념했다.

이 때문에 금융위원장들은 한결같이 인사에 대한 얘기만 나오면 발언의 톤을 급격하게 낮췄고 "나한테 물어보지 말라"고 손사래를 치고는 했다. 금융 당국의 전직 차관급 인사는 "인사권이 청와대 쪽으로 가면서 일선 부처에서 힘을 쓰지 못했지만 금융 쪽은 그 정도가 더 심했다"고 말했다.

그나마 금융 당국 수장이 행사할 수 있는 인사권은 사외이사 정도였다.



또 다른 전직 금융 당국 수장은 "외부에서 민원을 해오면 사외이사 몇 명 정도 앉혀주는 것이 고작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저쪽(청와대)에서 내가 행사할 수 있는 자리를 몇 개 정도 할당해주면 1급 아래에서 그 정도만 할 수 있었다"며 "그마저 청와대와 연결이 되는 아래 사람을 통해 의향을 물어보고는 했다"고 웃음을 지었다.

이런 상황은 현 정권에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대법에서 무죄판결을 받아 명예를 회복한 김광수 전 금융정보분석원(FIU) 원장은 끝내 친정을 물론 산하기관장도 하지 못한 채 공직에서 물러나야 했다. 금융위원장이 백방으로 뛰었지만 청와대의 벽을 넘지 못했다.

당국은 대신 청와대와 정치권을 통해 들어오는 민원을 해결하는 창구가 되고 있다. 한 지방은행의 감사 자리가 연임을 확정해놓고도 정치권의 고위 인사의 민원에 하루 만에 바뀌는 해프닝이 일어난 것이 대표적이다.

그나마 금융위원회 고위직들이 조금씩 풀려나가면서 이전 정권보다는 나아졌다는 평가도 받고 있지만 과거에 비할 바 아니다. 세월호 사건 이후 관치아에 대한 '금지령'이 떨어진 이후에는 더욱 그렇다. 한 고위 인사는 "금융 당국이 '정치금융'의 행동 대장 역할을 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고 촌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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