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의 움직임이 분주해졌다. 저유가에서 촉발된 러시아 금융시장의 쇼크가 신흥국으로 전염될 우려가 커지면서 사태를 예의주시하며 대응 강도를 높이는 모습이다.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은 18일 새벽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가 끝난 직후 각각 내부회의를 소집해 전반적인 시장상황을 점검한다.
정부는 일단 러시아 사태가 국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인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미 FOMC 회의 결과와 연동돼 신흥국 전반의 금융위기로 전이되는 '테일 리스크'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면밀하게 대응하기로 했다. 정부는 러시아발 시장불안이 확산될 경우 기재부와 금융위원회, 금융감독원, 한국은행, 국제금융센터 등이 참가하는 금융상황 점검회의나 거시경제 점검회의 등을 소집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17일 "현재 국내 금융시장 흐름은 안정적이지만 만일의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시장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미 FOMC 회의 결과에 따라 국제 금융시장이 요동칠 가능성이 높아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FOMC 회의에서 출구전략 시기에 대한 신호가 한층 강화된다면 달러화 강세→신흥국 통화 약세→국제 금융시장의 변동성 심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한국은행도 통화대책반을 중심으로 러시아 루블화 폭락과 미 FOMC 회의 결과가 금융시장에 미칠 영향을 점검하며 집중 모니터링에 들어갔다. 이주열 한은 총재는 이날 기자들과 만나 "러시아에 대한 익스포저(위험 노출액)로 인한 금융시장의 직접 영향은 크지 않지만 다른 경로를 통해 오는 파급 효과를 점검해 필요할 경우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국내 금융기관의 러시아에 대한 익스포저는 13억6,000만달러(약 1조4,704억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현재 수출입은행·산업은행·우리은행 등 11개 국내 금융기관이 러시아에 제공한 대출·신용공여 등 익스포저는 13억6,000만달러 규모다. 이는 전체 대외여신 1,083억4,000만달러의 1.3% 수준이다. /세종=김정곤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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