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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규제보다 시장경제 존중" 재벌정책 수정
입력2002-04-02 00:00:00
수정
2002.04.02 00:00:00
■ 19개 기업집단 출자제한30대그룹 일률지정 탈피 재무구조 유량기업 제외
공정거래위원회의 이번 출자총액규제ㆍ상호채무보증금지집단제도 개선은 지난 87년 이후 10여년간 30대 재벌로 상징돼온 옛 대기업규제제도를 폐지했다는 데 의미가 크다.
출자총액제한 대상을 자산규모 5조원 이상의 대기업 집단으로 계량화함으로써 기존에 30대 대규모 기업집단을 일률적으로 지정하던 정부의 '재벌 규제' 일변도 정책이 종지부를 찍고 시장경제에 합치되는 쪽으로 규제를 완화한 것이다.
또 공기업 민영화 추세에 맞춰 한국전력 등 대규모 공기업도 민간기업처럼 출자총액제한 대상에 포함시킨 것도 주목된다.
반면 대규모 기업집단이더라도 재무구조 우량기업은 감시대상에서 제외함으로써 그동안 재벌이 주장해오던 출자제한규정의 '시장경제' 역기능 주장을 어느 정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 새 제도 시행배경 및 의미
정부는 개발연대의 산물인 재벌의 문어발식 확장 등 경제력 집중을 막기 위해 30대 대규모 기업집단에 대해 일률적으로 출자나 채무보증 등을 제한해왔다.
특히 IMF위기의 원인 가운데 하나가 재벌로 지목되면서 90년대 중반 폐지됐던 재벌의 출자총액제한제도가 99년 다시 부활됐고 수차례 유예기간을 거쳐 4월부터 시행했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기존 자산순위를 기준으로 한 대기업지정제는 규제를 받는 기업들로부터는 '발목을 잡는 족쇄'로, 학계와 시민단체들로부터는 '끊임없는 완화로 사실상 효과도 없는 제도'라는 상반된 비판을 받아왔다.
새 제도 역시 이 같은 양측의 비판에서 여전히 자유롭지는 못하지만 순위제가 아닌 명백한 수치기준을 제시함으로써 나름대로 한국적 기업환경에 맞는 규제를 도출했다는 평가다.
■ 공기업 규제대상에 올려
이번 새 기업집단 지정에서 눈에 띄는 것은 공룡 공기업 한국전력이 무려 91조원의 자산으로 삼성을 제치고 한국 최대 기업집단으로 부상하는 등 공기업이 재벌에 못지않은 규제대상으로 부각됐다는 점이다.
한전과 민영화된 포스코를 제외해도 KT(6위), 도로공사(7위), 토지공사(11위), 주택공사(12위), 수자원공사(17위), 가스공사(19위) 등이 한국 유수의 '재벌'로 등장하며 기존 '30대 재벌'을 상위 순위에서 대거 몰아냈다.
주순식 공정위 독점국장은 "대규모 공기업도 무분별한 출자나 계열사 지원으로 시장 질서를 어지럽힐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똑같이 적용대상에 포함시켰다"고 말했다.
실제로 공기업은 2000년부터 시작된 공정위의 공기업 조사 결과 최고 수천억원에 달하는 부당내부거래는 물론 우월적 지위남용 행위를 저지르는 등 재벌 뺨치는 행태를 보여왔다는 점에서 이번 제도개선에서 바람직한 면의 하나로 꼽히고 있다.
■ 향후 효과와 문제점
이미 지난해부터 출자제한을 받아온 삼성ㆍLG 등 11개 기업은 당장 출자가 초과되는 지분의 의결권이 제한된다. 따라서 이들 주권을 행사하지 못하는 지분이 시장에 매물로 흘러나올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공정위의 한 관계자는 "초과분에 대해 강제처분조항은 없기 때문에 당장 매물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무용지물이 돼버린 지분이기 때문에 점차 주식을 매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출자총액 초과분에 대해서도 논란이 예상된다. 우선 출자총액 초과분과 관련, 해당 초과분이 공정거래법이 규정한 출자총액 예외대상인 '동종업종 및 밀접한 관련업종'에 해당되는지, 신기술업종에 해당되는지, 그리고 초과지분을 제대로 신고했는지를 판정하는 문제가 남아 있다.
따라서 앞으로 경제력 집중 억제정책이 기존의 기업집단지정 등 정태적 규제에서 완전히 벗어나 기업결합심사 위주의 동태적 규제로 바뀌어야 한다는 주장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이병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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