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청이 내놓은 ‘1ㆍ4분기 가계수지 동향’만 놓고 보면 참여정부 출범 이후 2년여 동안 추진해온 ‘분배정책’은 실패했다고 단정지을 수 있다. 경기가 살아나지 않으면서 국민의 소득은 게걸음을 지속한 반면 세금은 소득증가율(실질소득 기준)의 4배에 이를 정도로 국민의 고통은 가중되고 있다. ‘소득증가율 둔화→소비감소’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는 경기침체를 부추기고 계층간의 소득격차가 갈수록 커지다 보니 고소득층에만 소비가 집중되는 ‘부익부빈익빈’의 골도 더욱 깊게 패이는 양상이다. ◇확대되는 양극화=지난 1ㆍ4분기 전국 가구와 도시근로자 가구의 월평균 소득은 293만8,000원과 329만1,000원. 전년동기보다 각각 5.8%와 5.2%가 늘었다. 도시근로자를 기준으로 하면 지난해 1ㆍ4분기의 증가율 7.6%보다 2.4%포인트나 곤두박질쳤다. 특히 도시근로자 가운데 월급쟁이들의 소득지표인 근로소득증가율은 2.4%에 그쳐 99년 2ㆍ4분기(1.6%) 이후 5년9개월 만에 최저 수준으로 내려앉았다. 적자가구 비율도 전체의 31.3%로 10가구 가운데 3가구가 적자인 상황이 고착화하는 조짐이다. 소득이 없다 보니 지갑을 열 의욕도 떨어졌다. 1ㆍ4분기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비지출증가율은 4.5%로 같은 분기 기준으로 98년 환란 이후 가장 낮았다. 전국 가구 기준으로도 4.0%로 전년동기(8.1%)의 절반 수준에 머물렀다. 이런 가운데 양극화 현상은 더욱 심해지고 있다. 1ㆍ4분기 도시근로자 가구의 상위 20% 소득을 하위 20% 소득으로 나눈 소득 5분위 배율은 5.87로 통계를 작성하기 시작한 82년 이후 가장 높았다. 전체 도시근로자 가구의 소득 가운데 상위 20%의 소득이 전체 소득의 40% 이상을 차지했다. 소득이 낮은 1분위와 2분위 소득점유율은 전년동기보다 1.9%포인트와 0.9%포인트 줄었지만 4분위와 5분위는 0.4%포인트와 2.3%포인트 늘어나 깊어지는 ‘빈익빈부익부’ 현상을 반영했다. 양극화는 소비에서도 나타났다. 상위 20%에 해당하는 5분위 소비지출증가율(8.7%)이 전체 평균의 2배에 가까웠다. 반면 1~4분위는 평균에도 미치지 못했다. 예상대로 연초의 반짝경기는 고소득층에만 국한돼 있었던 것이다. ◇팍팍해지는 삶의 질=소득증가율이 떨어지고 양극화가 심해지는 현상은 삶의 질 저하로 이어졌다. 물가가 오르다 보니 생활과 직결되는 비용도 덩달아 올라갔다. 1ㆍ4분기 중 월세 등 주거비는 9.6%, 연료비는 9.0% 올랐고 보건의료비는 16.1%나 급증했다. 세금(직접세) 증가율은 전년동기 대비 10.0%를 기록, 전체 소득증가율(5.8%)보다 두배, 물가를 감안한 실질소득증가율(2.5%)보다는 4배나 높았다. 반면 돈이 없어 자녀교육도 제대로 시키지 못해 사교육비 증가율은 지난해 16.6%에서 올 1ㆍ4분기에는 2.8%로 뚝 떨어졌다. 인터넷이나 핸드폰 등의 통신비도 지난해 1ㆍ4분기 10.5%에서 올해는 0.1%로 10분의1 수준으로 급전직하했다. 버는 돈이 없어 교육은 고사하고 전화도 제대로 못하는 실정이다. 교양오락비는 아예 1.6%가 줄었다. 익명을 요구한 민간연구소의 한 선임연구위원은 “참여정부 들어 경제리더들이 성장과 분배론을 놓고 대립하고 있는 사이 양극화가 더욱 심해졌음을 보여준다”며 “재정확대를 통한 일자리 늘리기와 부가가치세 등 간접세 인하를 중심으로 한 감세정책을 모두 공격적으로 구사해야 현 상황을 타개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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