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산업 구제방안’은 금융위기가 실물경기의 동반 침체로 번지는 것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글로벌 경제위기 속에서 수출에 급제동이 걸릴 수 있기 때문에 산업 부문에서 비상등이 켜진 업종을 중심으로 지원대책을 미리 강구하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건설업과 중소기업뿐 아니라 조선업ㆍ반도체ㆍ자동차 등 다른 업종에 대해서도 위기관리 플랜을 살펴보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산업 침체가 금융기관 시스템 부실로 연결되지 않게 하기 위해 모니터링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정부는 우선 환평가손실 등으로 고전을 면하지 못하고 있는 기업을 위해 회계처리 변경 방침을 사실상 확정했다. 실제로 경영상 큰 문제는 없는데 파생상품 평가손실이 급증하면서 부채가 늘고 자본이 감소, 자본잠식 등에 처한 기업이 상당수 있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특히 장기간 계약대금이 들어오는 조선업은 특성상 환헤지가 불가피한데 환율 변동성이 확대되면서 평가손이 급증, 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업체가 속출하고 있다. 정부는 조선업처럼 환평가 손실로 재무제표가 악화된 기업을 위해 회계작성 시 현물과 선물을 현시점에서 처리하는 것을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미래 시점이 아닌 현시점에서 회계를 처리하면 환율의 급등락에 따른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당국의 한 관계자는 “회계처리 기준을 변경하면 조선업뿐 아니라 이와 유사한 상황에 처한 다른 기업도 혜택을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산업별 실무대책반을 가동하는 것도 적극 고려하고 있다. 현재 정부당국에는 산업계 전반에 적신호가 켜진 것은 아니지만 주력 기업들의 이익이 뚝 떨어지고 내년 상반기까지도 회복이 어렵다는 분석이 속속 들어오고 있다. 주력 수출품인 반도체와 액정표시장치(LCD) 시황이 최악으로 빠져드는 등 우리 경제를 이끄는 ‘캐시카우’ 업종 대부분에 비상벨이 울리고 있는 것이 사실. 정부는 이에 따라 조선ㆍ자동차ㆍ반도체 등 산업별로 전 부처가 참여하는 모임을 구성해 원활한 지원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실무대책반은 정부 부처 차관급 회의인 ‘경제금융상황점검회의’ 산하에 구성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위의 한 관계자는 “중소기업과 건설업ㆍ조선업을 제외하고는 다른 분야에서는 이상징후가 아직까지 나타나지 않고 있다”면서도 “산업별ㆍ기업별로 대출금ㆍ연체율 동향 등을 면밀히 살피고 있고 상황이 악화된다면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 상반기 주요 산업의 경우 당기순이익 등 영업활동 현금수입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감소하는 등 기업의 재무여건이 악화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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