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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경제전망과 과제/신년 특별대담] 손병두(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 조윤제(서강대 국제대학원 교수)
입력2003-01-01 00:00:00
수정
2003.01.01 00:00:00
지난해 우리 경제는 긍정적인 성과를 거두었다. 성장률은 6%를 넘어섰고 물가도 3%선에서 안정된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소비와 건설투자를 중심으로 성장이 이뤄지면서 가계대출 급증, 부동산값 폭등 등 적지 않은 부작용이 나타나기도 했다. 이런 부작용은 이제 우리 경제를 위협하는 불안요인이 되고 있다. 더욱이 미국의 이라크 전쟁, 새 정부의 경제정책 등이 새해 경제운용에 큰 변수로 꼽히고 있다.
서울경제신문은 2003년 새해를 맞아 손병두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과 조윤제 서강대 교수(경제학)를 초청해 `새해 경제전망과 과제`를 짚어보는 신년대담을 마련했다. 대담에서 손병두 부회장은 “새 정부가 기업을 개혁대상으로 몰아붙이기 보다는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함으로써 중장기적인 성장기반을 다져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제 교수는 “대내외 여건이 불확실한 만큼 새 정부도 성장률에 집착하기보다는 경제를 보다 안정적으로 운용하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윤제 교수=먼저 지난해 우리 경제를 전체적으로 평가한 후 올해 경제전망과 과제를 설명하는 것이 좋을 것 같습니다. 지난해 국내 경제는 대ㆍ내외 균형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성장을 이루는데 성공했습니다. 다만 아쉬운 것은 가계부채 확대, 부동산값 급등 등으로 앞으로의 임금 및 물가에 상당한 부담을 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손병부 부회장=우리 경제성적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나 체질개선 측면에서는 아쉬운 점이 많습니다. 중장기적인 경쟁력이나 잠재성장능력 등에 있어서는 문제가 있다고 봅니다. 특히 기업 등 4대부문 개혁을 추진해 왔지만 공공부문의 개혁은 아직 미진한 면이 많고 투자환경도 그리 개선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외국인 투자가 감소하는 것이 단적인 예라고 할 수 있습니다.
▲조 교수=지난해부터 경제성장은 소비주도로 이뤄졌고 하반기부터는 수출이 살아나고 있습니다. 올해도 지난해와 같은 성장기조를 지속할 수 있을 지 여부에 대해서는 확신이 서지 않습니다. 올해는 해외요인이 국내 경제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됩니다. 특히 가계부실 우려가 크게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더 이상 가계소비를 통해 경제성장을 뒷받침할 수도 없습니다. 따라서 올해부터는 생산성 향상을 통한 성장에 주력하는 한편 새 정부도 경제체질을 근본적으로 개선하는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 부회장=올해 우리 경제환경은 그리 밝지 않습니다. 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유가급등 가능성, 북한의 핵개발에 따른 긴장고조 등 각종 변수들이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지 불확실합니다. 우리 내부적으로도 경기급락 요인을 안고 있습니다. 신규 가계대출을 너무 급격히 줄여나갈 경우 소비위축, 자산가격 하락 등이 초래되면서 경기가 크게 둔화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습니다. 대다수 연구기관들이 우리 경제가 올해 5%대의 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소비위축 등 여러 변수 등을 고려할 때 성장률이 5% 밑으로 내려갈 수도 있을 것으로 봅니다.
▲조 교수=아직까지 실물 경제지표는 좋게 나오고 있지만 경기실사지수(BSI) 등 경제주체들이 심리지표는 악화되고 있습니다. 이는 곧 경제주체들이 느끼는 불안감이나 불확실성이 높다는 뜻이므로 결코 낙관할 수 없는 형편입니다. 따라서 새 정부가 이런 불확실성이나 불안감을 해소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봅니다. 새 정부는 여성의 경제활동 참여를 늘려 잠재성장률을 5%에서 7%로 높이겠다고 약속했습니다. 고용창출을 통해 잠재성장능력을 높이는 것은 선진국 진입을 위해서도 필수적입니다. 그러나 인위적인 경기부양은 곤란합니다. 그럴 경우 물가나 자산시장 불안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특히 대내외 여건이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는 상황에서 성장에 집착한 경제운용은 피해야 합니다. 다만 자산시장의 거품이 지나치게 빨리 꺼지는 것도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에 보다 안정적으로 경제를 운용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손 부회장=새 정부는 경제주체들의 심리를 안정시키는데 주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최근 공산품 가격은 안정된 반면 기름값, 공공요금 인상 등으로 인플레와 디플레 요인이 혼재해 있는 상황입니다. 더욱이 생산성이 높아지지 않은 형편에서 주5일 근무제가 확산될 경우 불확실성은 더욱 높아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조 교수=가계부실, 경상수지 흑자축소 등으로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습니다. 이런 추세대로라면 올해부터는 경상수지 흑자를 기대하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특히 자산가격 급락, 가계 및 금융 부실을 방지하면서 높은 성장을 이루려는 것은 피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보다 균형적인 거시경제 정책이 필요합니다. 지난 1~2년간 재정정책은 공적자금 집행 등의 이유로 긴축적으로 유지된 반면 통화정책은 너무 방만하게 이뤄지면서 가계대출 급증을 가져왔습니다. 반면 환율정책은 거의 외면하다시피 했습니다. 올해부터는 여러 불확실성을 고려해 보다 균형적인 거시정책을 운영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손 부회장=전적으로 동감합니다. 재정과 금융정책의 조화는 필수적입니다. 현 정부가 금융정책에 의존해 경제문제를 풀려고 한 것은 아쉬움이 남습니다. 이제 새 정부가 추진해야 할 장단기 정책 과제에 대해 짚어보지요.
▲조 교수=우선 불확실성을 제거해야 합니다. 그래야 안정적인 성장이 가능합니다. IMF 경제위기 이전에는 정부, 금융회사, 기업 등이 위험을 함께 안아가면서 역동적으로 움직였습니다. 그 결과 역동적인 성장은 가능했지만 내부시장을 동원한 무모한 투자 등 여러 부작용을 낳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지난 5년간 구조조정을 통해 패러다임 자체가 바뀌면서 기업, 금융회사들은 서로 독자적인 관계를 구축했고 재벌 기업의 내부시장도 해체됐습니다. 이는 경제가 글로벌화하면서 필수적인 현상이나 과거처럼 위험을 감수한 투자를 통해 역동적인 성장을 도모하는 기반을 위축시킨 것도 사실입니다. 따라서 앞으로는 어떻게 성장동력을 찾느냐가 중요합니다. 이를 위해 경제전반의 생산성과 효율성을 높이는 한편 기업투자를 활성화시켜 잠재성장능력을 키워나가야 합니다. 이와 함께 경제전반의 글로벌화를 촉진해야 합니다. 4대부문 개혁 가운데 부진한 것으로 평가되는 공공 및 노동부문개혁에 박차를 가하는 것도 중요한 과제입니다.
▲손 부회장=지난 5년간의 개혁을 통해 기업부문에서는 많은 개선이 있었습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오히려 `글로벌 스탠다드`보다도 앞선 부분도 있습니다. 앞으로는 기존 제도를 정착시키는데 노력해야 합니다. 외국에서 시행한다고 무조건 수용하는 것은 곤란합니다.
이제는 정부가 기업과 정부와의 역할을 명확히 구분해야 한다고 봅니다. 시장이 불완전하다는 이유로 정부가 곧바로 개입하기 보다는 시장에서 자유로운 진입과 퇴출이 이뤄지도록 유도해야 합니다. 국민의 정부에서도 정부조직은 확대됐습니다. 정부조직이 커지면 여기에 비례해 규제도 늘어날 수 밖에 없습니다. 정부기능을 통폐합하고 줄이는 노력이 절실합니다. 유사한 기능을 합쳐 장기적인 비전을 수립하는 한편 정책조정 기능을 높이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앞으로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키우려면 비제조업분야를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합니다. 비제조업분야의 경쟁력은 우수한 인력에 좌우됩니다. 우수한 해외 인력과 기업들이 국내로 들어올 수 있도록 규제를 과감히 풀어 나가는 한편 폐쇄적인 이민법도 개정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또 동북아 특구를 일정 지역으로 제한하기 보다는 나라 전체를 경제특구로 만들어야 합니다.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이는 것도 필수적입니다. 비정규직의 비중이 갈수록 높아지는 것은 그만큼 정규직 노동시장의 유연성이 낮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게 정규직도 해고하기 쉽도록 노동시장의 유연성을 높여야 합니다.
▲조 교수=글로벌화는 이제 돌이킬 수 없는 대세입니다. 우리의 경우 일부 부문에서만 글로벌화가 이뤄졌을 뿐 전 사회적으로 확산되지는 못했습니다. 그래서 우리 경제도 과거의 장점은 잃어버린 반면 새로이 도입된 제도가 갖고 있는 장점은 살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기업이나 금융부문 뿐 아니라 노동, 법률, 정부 등 모든 부문에서 글로벌 스탠다드를 도입해 정착시켜야 합니다. 날로 격화되는 외국과의 경쟁을 감안할 때 글로벌화는 우리가 경쟁력을 높일 수 있는 유일한 대안입니다. 특히 우리 사회의 고령화가 진전되면서 저축률 하락, 경제활동 인구감소 등으로 앞으로의 성장동력도 떨어질 것으로 우려됩니다. 이런 상황에서 앞으로 약 5년 안에 기업하기 좋은 경제환경을 만들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큰 어려움에 부딪칠 것입니다.
▲손 부회장=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마련되려면 정부는 그저 심판 역할에 그쳐야지 구체적인 행위까지 지시하는 코치가 되려고 하면 곤란합니다. 정부는 더 이상 기업을 개혁대상으로 몰아붙이기 보다는 마음껏 뛸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합니다. 또 개방화 시대를 맞아 통치자의 사상이나 철학이 중요합니다. 개방적 사고와 자유시장경제에 대한 원리를 지켜야 합니다. 통치자가 그저 정치적인 고려만 염두에 둔 채 글로벌화를 외면하면 우리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 밖에 없습니다.
▲조 교수=세계화 시대에서 국가경쟁력을 좌우하는 관건은 얼마나 경제나 기업을 운영하는데 좋은 환경을 만드느냐에 달려 있습니다. 이런 면에서 최근의 추세는 우려할 만합니다. 국내 기업의 해외투자에 비해 국내 및 외국기업의 국내투자는 활발하지 못합니다. 과거 IMF 경제위기는 무엇보다도 기업의 수익성 악화에 근본적인 원인이 있지만 거시경제 전반에 걸쳐 임금 등 여러 비용이 기업이 지탱하기 어려울 만큼 빠른 속도로 올라간 것도 무시할 수 없는 배경으로 작용했습니다. 물론 분배에 초점을 맞춰 서민생활을 안정시키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래서 경제성장과 함께 사회안전망을 확충해야 합니다. 하지만 과도한 임금상승은 안정적인 성장에 큰 걸림돌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새 정부는 보다 투명하고 효율적인 경제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노력해야 합니다. 이런 면에서 과거와 같은 불법 파업 등에 대해 정부가 어떻게 대응해 나가느냐가 새 정부의 정책을 파악하는 시금석이 될 것으로 봅니다.
약력
조윤제 교수
▲부산생ㆍ50세
▲서울대 상대
▲미국 스탠포드대 경제학박사
▲IMF 이코노미스트
▲세계은행 시니어 이코노미스트
▲부총리 자문관
▲조세연구원 부원장
▲국민경제자문회의 위원
손병두 부회장
▲경남 진양생ㆍ62세
▲서울대 상대
▲미국 아더 D. 리틀 경영학석사
▲한양대 경영학박사
▲삼성그룹 회장비서실 이사
▲동서경제연구소 사장
▲동서투자자문 사장
▲한국경제연구원 부원장
<정리=김민열기자 mykim@sed.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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