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13일 코웨이 직원 김모(49·여)씨가 경기지역 지점장으로 근무하던 2011년 4~5월간 7~8회에 걸쳐 회사 보안서버에 접속해 고객 198만명의 개인정보를 빼낸 뒤, 지난해 6월말 전 직장 동료인 H&C 일렉트로닉 대표 김모(43)씨에게 넘겼다고 밝혔다. 김 대표는 지난 2011년말 코웨이를 퇴직하고 2012년 1월부터 H&C사를 운영해왔다.
H&C 일렉트로닉은 LG전자 정수기 위탁 판매법인 중 판매실적이 가장 좋은 곳으로 알려졌다. 김씨는 코웨이 고객 정보를 직할본부 판촉 활동과 서울·대전·대구·광주·부산 등 8개 지사에 전달해 LG전자 정수기 판촉 활동에 사용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웨이 고객 정보에 기재된 정수기 제품명과 이용 금액을 보고 동급의 제품을 저렴한 가격으로 제공하거나 같은 가격의 고급 모델을 권유하는 방식을 썼다.
이번 사건이 LG전자와 직접적인 관련성이 있다고 볼 수는 없지만 코웨이와 LG전자의 악연은 끊임 없이 이어지게 됐다. LG전자 관계자는 “텔레마케팅으로 자사 정수기를 판매한 것은 맞지만 우리가 직접적으로 이용한 것은 아니다”며 “앞으로 문제가 있는 업체는 계약해지를 해 소비자 피해를 막을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수기 시장에 뒤늦게 뛰어든 LG전자가 시장 확대를 꾀하면서 업계 1위인 코웨이와의 갈등은 지속적으로 이어졌다.
먼저 LG전자는 지난 2011년 ‘정수기 플라스틱 수조의 물은 먹는 물이 아니라 씻는 물이다’는 내용의 광고를 내보냈고, 코웨이는 즉각 자사 제품을 비난한 것이라며 LG전자에 방송 광고 중지요청 내용증명을 보냈다. 홍준기 코웨이 사장은 공식 석상에서 “스테인리스가 플라스틱보다 더 낫다는 이유를 가져와 보라고 했지만 그 이후로 (경쟁사에서) 아무런 언급이 없다”며 강하게 비판하기도 했다.
지난해에는 코웨이가 제품 상단 부분에 원 형태의 구멍이 뚫려 있는 LG전자의 손연재 스페셜 에어컨(매직윈도우)이 자사의 초슬림 공기청정기의 디자인권을 침해했다는 요지의 내용증명을 보내며 공방전을 펼치기도 했다.
이 외에도 양사는 화장품 상표권 법정 분쟁과 공정거래위원회에 불공정 행위 신고 등 끊임없이 다퉈왔다.
생활가전업계의 한 관계자는 “두 회사가 사업군이 겹치면서 신경전을 벌이고 있는데 국내 굴지의 대기업인 LG전자가 주력 시장이 아닌 곳에서 영역 확대를 위해 지나치게 소기업의 모습을 보이고 대기업으로서의 도덕적 책임과 의무를 보여주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경기지방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이날 코웨이 직원 김씨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김씨로부터 고객정보를 넘겨받아 텔레마케팅 영업활동을 하며 4억원 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긴 김 대표 등 14명은 불구속 입건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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