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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장기침체의 원인
입력2003-01-13 00:00:00
수정
2003.01.13 00:00:00
일본경제가 지난 90년대 이후 경기침체에서 아직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구조개혁이 시작된 듯하지만 결실이 언제쯤 맺어질지 예측하기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경제정책에 대한 정부의 논의도 디플레이션 정책, 세제개혁 등으로 연이어 계속되고 있으나 어디에서도 일관된 관점을 찾아보기 힘들어 예측을 어렵게 하고 있다.
일본경제가 장기침체에서 벗어나기 위한 구체적인 대책은 없을까.
일본경제의 가장 큰 문제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가계 부문에 방대한 금융자산이 축적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소비와 투자로 이어지지 못하고 오히려 이로 인해 생산이 정체해 고용이 축소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기업 부실화에 따른 금융기관의 불량채권 문제, 즉 불완전한 간접금융 기능이 심도 있게 논의되고 있다. 지나치리만큼 리스크 회피성향이 강한 가계 부문 때문에 직접금융이 간접금융의 기능을 보완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과 함께 마치 일본 경기침체의 원인이 전적으로 금융 부문에 있는 것처럼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
물론 금융 측면에서 문제의 원인을 찾는 것은 중요하다. 그러나 금융 측면을 너무 강조하면 일본경제의 진정한 문제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실수를 범할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일본경제 침체의 근본적인 원인에 `낮은 투자수익률`이 있다는 점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여기에서 말하는 투자수익률의 `투자`란 기업의 설비투자와 주택투자뿐만 아니라 가계 부문의 자가용ㆍ가전제품 등 내구소비재에 대한 `투자`도 포함된다. 소비침체의 뒷면에는 기업 내부의 `과잉설비` `과잉투자`가 있다. 결국 가계의 낮은 투자수익률 때문에 소비가 늘어나지 않는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서는 논의를 보다 명쾌하게 전개하기 위해 내구소비재 투자에 대해서는 논외로 하자.
다시 잘 생각해 보면 간접금융의 기능이 불완전하더라도 기업 부문의 투자수익률이 높으면 문제는 별로 크지 않다. 기업 부문 투자수익률이 충분히 높다면 간접금융을 우회해 가계 부문과 기업 부문을 연결하는 새로운 금융시스템을 개발, 운영해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 가계 부문이 위험 회피적 성향이 아무리 강하더라도 그것을 능가하는 수익을 얻을 수 있다면 가계 부문도 그러한 금융시스템을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자유시장경제 체제에서 이러한 활동은 충분히 가능하고 저지할 수도 없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지난 12년간 심각한 경기침체의 원인에는 `낮은 투자수익률`이 있다고 결론지을 수 있다.
실제로 과거 일본의 투자수익률은 낮았다. 낮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장기침체 이전 일본은 투자수요가 높고 이에 의해 눈부신 경제성장을 이룩해왔다. 왜 그 당시에는 결과적으로 낮은 수익률에도 불구하고 투자가 이뤄졌을까.
미래 수익에 대한 강한 기대와 시장점유율 확보를 기대했기 때문이다. 70년대 들어 고도성장에 어두운 그림자가 서서히 보이기 시작했을 당시에도 낮은 수익률 문제는 거론되지 않았다. 그 후 80년대 이른바 버블경제 시기에는 주가가 급등해 낮은 수익률 자체가 문제되지 않았다. 그러나 90년대 주가가 하락하면서 수익률이 낮은 국내투자가 억제되고 투자는 보다 높은 수익률 확보를 위해 해외로 본격 이전되기 시작했다. 결국 이때부터 낮은 투자수익률, 장기침체의 문제가 본격 고개를 들기 시작한 것이다.
이렇게 보면 현재 일본에서 한창 논의되고 있는 세제개혁에 대해서도 한계점이 있다고 봐야 한다. 의회가 주장하는 법인세 인하도, 경제 산업성이 주장하는 투자우대 감세조치도 세후수익률의 부분적인 상승을 기대할 수는 있으나 일본의 낮은 수익률 자체를 극적으로 개선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물론 법인세율 인하 등은 국제적인 세제개혁 흐름 속에서 자원배분의 효율화라는 장기적 과제의 일환으로 고려해야 한다. 그러나 일본경제의 장기침체 양상을 타파하기에는 그 효과가 제한적인 것이 사실이다.
세제개혁만이 아니다. 세제개혁을 포함한 최근 몇년 사이의 구조개혁 논의, 특히 그 이전부터 거론된 금융재정정책에 의한 유효수요 창출정책은 `낮은 투자수익률= 과잉투자 및 과잉설비`라는 일본경제의 장기침체 현상을 근본적으로 해결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결국 일본정부는 물론 가계와 기업들은 투자수익률을 높이는 데 몰두해야 한다. 특히 가계
부문의 엄청난 금융자산을 투자자금화하는 데 집중해야 한다. 금융기관은 리스크 회피성향이 강한 가계를 유인하기에 충분한 높은 수익률의 금융상품을 만들어야 한다. 이것은 기업들의 신제품ㆍ신시장 개발노력 및 도전정신 없이는 불가능하다. 새로운 도전은 자유로운 경쟁환경에서 활성화된다. 일본정부가 할 일이 바로 여기에 있다. 투자의 효율성을 저해하는 정부가 아닌 개인적 이익추구와 효율성을 강조하는 기업간 경쟁구조를 촉진하는 정부로 바뀌어야 한다.
<오태헌 노무라종합연구소 서울지점 부소장ㆍ경제학 박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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