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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 증권사의 불공정행위

지난 5월에 발생한 UBS워버그증권 서울지점의 삼성전자에 대한 분석보고서 사전유출 혐의사건을 조사해온 금융감독원은 13일 워버그증권의 불법사실을 확인, 증권사에 기관 문책 경고를, 15명의 임직원에 대해서는 문책경고와 정직 감봉 견책 등의 조치를 내렸다. 이와 함께 메릴린치 증권 서울지점도 주의적 기관 경고와 직원6명이 징계를 받았다. 외국의 증권사와 임직원들이 이처럼 무더기 징계를 당한 것은 처음이다. 조사에 따르면 워버그증권의 반도체 담당 애널리스트 조너던 더튼은 5월7일~8일 사이에 e- 메일을 통해 국내외 영업직원 및 애널리스트들에게 D램 가격전망치 인하계획, 삼성전자의 이익 및 목표가격 조정계획을 미리 알린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보고서 내용이 일반투자자들에게 공개된 것은 5월10일이었는데 외국인 투자자들은 워버그증권을 창구로 이미 사흘 전부터 삼성전자 주식을 내다팔았다. 분석보고서 내용만이 아니라 고객의 매매주문 및 체결정보도 국내외의 기관투자가나 펀드매니저, 해외의 관련회사에 유출하기도 했다.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온갖 불공정 거래를 일삼았던 것이다. 외국증권사는 우리 증시의 큰 축을 형성하고 있는 외국인 투자의 주된 창구다. 또 애널리스트 제도는 우리나라에서는 시행된 지 일천한 분야다. 외국증권사와 소속 애널리스트는 제도 및 기업분석 기법이 미숙한 국내여건, 그리고 증권사의 국제적인 명성을 이용해 국내증시를 좌우해 왔던 셈이다. 국내 증권사가 이 정도의 불법행위를 저질렀다면 점포폐쇄조치를 당하고 남았을 것이다. 그러나 이들 외국증권사의 국내증시 기여도, 통상마찰 및 해외의 부정적 시각에 대한 우려 등을 감안해 재제의 강도가 완화된 감이 있다. 역차별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두 증권사가 국내진출 외국증권사 가운데 1,2위를 차지하고, 국제적 명망이 높다는 점도 부담이 됐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증권사 애널리스트들의 비리는 미국에서도 심각한 문제로 제기된 상태다. 그 점에서 앞으로는 물론이고, 현재 외국계 증권사 9개 국내지점을 포함해 23개 국내증권사에 대해 실시중인 조사에서 위법사항이 드러날 경우 보다 단호한 조치가 있어야 할 것이다. 일반투자자와 애널리스트 사이의 정보 비대칭을 해소하기 위한 공정공시제도의 도입과 함께 애널리스트들의 불공정거래를 막을 수 있도록 증권거래법도 손질돼야 한다. 이번 조사결과가 주는 교훈은 애널리스트의 조사보고서는 참고 삼을 필요는 있지만 맹신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애널리스트를 둘러싸고 있는 환경은 '이익의 충돌'이 격심한 머니게임의 장(場)이고 어떤 기업분석 보고서도 이 같은 환경의 영향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점을 감안하는 투자지혜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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