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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택 서민 은행대출 '갈수록 좁은문'

시중銀, 실적 높이려 주택 대출은 늘리고 신용대출 계속 줄여<br>4대銀 10월말 가계 대출 잔액 올들어 최대 3조8062억 감소


무주택 서민들이 은행에서 돈을 빌리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 시중은행들이 주택담보대출은 꾸준히 늘리는 반면 가계신용대출은 점점 줄이고 있는 탓이다. 4일 서울경제신문이 국민ㆍ신한ㆍ우리ㆍ하나 은행 등 4대 시중은행의 가계신용대출(집단신용대출 제외) 실적을 집계한 결과 10월 말 잔액은 43조9,824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무려 3조8,062억원이 줄었다. 이 같은 감소폭은 올 들어 최대치다. 이들 은행은 미국발 금융위기 여파로 지난해 12월부터 올 3월까지 가계신용대출을 2조9,309억원 줄였다 이후 경기가 호전되자 8월 말까지 1조3,515억원을 늘렸으나 9월부터 다시 대출을 조이고 있다. 이에 반해 이들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정부의 억제정책에도 불구하고 10월 말 현재 176조5,669억원을 기록해 한 달 전보다 1조1,009억원 증가했다. 이들 은행은 9월 주택담보대출을 1조4,041억원 줄인 것을 제외하면 올 들어 매월 해당 대출을 늘려 지난 10개월간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총 8조6,704억원이 늘어났다. 이는 4대 은행의 지난해 말 주택담보대출 잔액(168조7,478억원)보다 5.14%나 증가한 규모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은 정부의 자산건전성 감독 및 대출 규제 가이드라인을 지키고 경영실적을 호전시키기 위해 상대적으로 서민들의 수요가 높은 가계신용대출을 희생양으로 삼고 있다는 지적을 면하기 어렵게 됐다. 실제로 6월 말과 9월 말 현재 각 은행별 가계대출 연체율을 보면 국민은행은 0.61%에서 0.55%로, 우리은행은 0.49%에서 0.46%, 하나은행은 0.56%에서 0.40%를 기록해 연체 부담이 줄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신한은행의 경우 이 기간 가계대출 연체율이 0.03%포인트 증가해 9월 말 0.35%를 기록했지만 이는 올 3월 말의 0.36%와 비교하면 여전히 양호한 수준이다. 6월 말과 9월 말 현재 이들 은행의 부실 채권 지표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을 봐도 신한은행은 1.59%에서 1.44%로, 하나은행은 1.77%에서 1.64%로 호전됐다. 국민은행과 우리은행도 각각 1.34%에서 1.41%로, 1.9%에서 2.0%로 소폭 늘었지만 이 정도면 건전한 수준이라고 금융권은 평가했다. 가계신용대출 감소 추세는 특히 저신용자에게 직격탄이 되고 있다. 한국신용정보가 최근 국회 입법조사처에 제출한 '신용등급별 가계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신용평점 8~10등급의 저신용계층에 대한 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 6월 말 현재 20조5,90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6월 말(21조4,400억원)보다 약 4%(8,500억원) 감소했다. 반면 올 6월 말 현재 고신용계층인 1~3등급에 대한 은행의 가계신용대출 잔액은 같은 기간 무려 17.1%(48조4,700억원) 늘어난 331조4,700억원으로 집계돼 가계대출 양극화가 점점 심화되고 있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은행에서 신용만으로 돈을 빌리기 어려워진 가운데 카드사들마저 정부의 수수료, 금리인하 압박으로 카드론이나 현금서비스 영업을 확대하기 어려워지고 있다"면서 "금융당국 등의 조속한 보완책이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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