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 부문의 실적악화 속도가 빨라지자 기업들은 본격적으로 구조조정의 터널 속으로 들어가고 있다. 계열사 정리와 공장 폐쇄는 물론 대기업들까지 희망퇴직 대열에 나서는 등 위기형 구조조정 작업이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
23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ㆍ4분기 실적 추정치를 발표한 118개 주요 상장사 가운데 77.1%인 91곳의 영업이익 전망치(연결기준)가 감소했다.
이날 3ㆍ4분기 실적발표를 한 포스코의 경우 영업이익이 8,190억원을 기록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4.7% 감소했다. 전분기에 비해서도 22.5% 떨어진 수치로 1분기 만에 다시 1조원대로 하락했다. 이유는 간단하다. 조선불황 등 철강과 연관된 전후방 산업이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어서다. 철강 외에 항공ㆍ해운ㆍ통신ㆍ기계 등 대부분 업종의 실적이 어닝쇼크 대상으로 뽑힐 정도다.
지난해 사상 최대 수준의 이익을 거뒀던 은행 등 금융회사들도 마찬가지다. 은행권은 3ㆍ4분기 당기순이익이 2조4,000억원 안팎에 그칠 것으로 예측돼 올해 전체 당기순이익은 10조원을 밑돌 것이 확실시된다.
상황이 이렇자 기업들은 일제히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기 시작했다. 은행들은 가계 부문 건전성을 높이거나 '감량경영'과 '건전경영'을 내년 화두로 제시했고 일부에서는 감봉ㆍ의무휴가 등 비상카드도 하나씩 꺼냈다. 실물경기 침체가 산업 전후방에 파급되면서 기간산업뿐 아니라 유통ㆍ건자재 등 소비재 분야의 구조조정 추진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배상근 전경련 경제본부장은 "실물경제가 지속적으로 악화하면서 메인 산업이 침체되고 뒤를 이어 후방산업이 고전을 겪는 '체인형 구조조정'이 시작된 것 같다"며 "결국 구조조정의 실마리는 실물경기 회복인데 해답을 찾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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