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발 경기침체 우려로 국내 증시의 변동성이 커지면서 대형주와 성장주 대신 저평가 가치주의 투자 메리트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증시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자기자본이익률(ROE)이 높고 주가순자산비율(PBR)이 낮은 가치주에 관심을 가지라고 조언하고 있다. 2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전날 코스피200 변동성지수는 36.17포인트로 코스피지수가 1,900선을 회복했던 11월14일(31.47포인트) 이후 일주일 만에 크게 높아졌다. 8월 50포인트까지 치솟았던 때에 비하면 낮은 수치지만, 11월 들어 유럽발 경기 침체 우려가 다시 제기되면서 국내 증시는 등락을 반복하며 출렁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탄탄한 실적과 수익구조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된 종목들이 대형주나 성장주보다 선전하며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있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14~21일까지의 지수변동을 분석한 결과 코스피지수가 4.35%, 성장주 지수가 4.88% 하락하는 동안 가치주 지수는 3.93% 떨어지며 상대적으로 하락폭이 적었다. 송경근 우리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형주나 성장주들은 대부분 올해 예상 실적이나 내년 실적을 반영해 평가 받기 때문에 변동성 확대로 불확실성이 커지면 애초 기대했던 성장성이 둔화될 수 있다”며 “반면 가치주들은 탄탄한 펀더멘털에도 불구하고 저평가돼 있는 상태이기 때문에 변동장에서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흐름을 보인다”고 분석했다. 송 연구원은 또 "2006년 이후 변동성이 크게 확대된 시기는 모두 다섯 차례였는데, 이 경우 모두 가치주의 상대수익률이 높았던 것으로 조사됐다"며 "변동장에서는 상대적으로 높은 ROE와 낮은 PBR을 보유한 종목을 대상으로 투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설명했다. 우리투자증권은 높은 ROE와 낮은 PBR을 보유하고, 최근 이익 전망치가 상향 조정된 가치주 종목군으로 반도체, 유통, 통신, 의류ㆍ내구재 업종을 꼽았다. 이처럼 가치주가 선방하면서 이들 종목에 투자하는 가치주펀드들도 우수한 성과를 내고 있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가치주펀드의 최근 한달 수익률은 2.36%로 국내 일반주식형펀드 수익률(1.31%)보다 높다. 펀드별로는 '한국밸류10년투자장기주택마련 1(주식)(C)'(5.34%), '동부진주찾기 1[주식]Class C 1'(4.60%), '프랭클린템플턴그로스 5(주식)'(4.54%) 등이 높은 성과를 거뒀다. 최근 2년간 장기 수익률에서는 'KB밸류포커스자(주식)클래스A'가 65.74%로 일반주식형펀드(12.40%)에 5배 이상 앞섰다. '세이밸류스타일 (주식)Class A'(36.50%), '알리안츠기업가치향상장기자[주식](C/A)'(33.88%) 등이 벤치마크 대비 높은 수익을 냈다. 최웅필 KB자산운용 주식운용2팀장은 “가치주펀드는 내재가치 이하에서 거래되는 주식을 매수해 내재가치 이상 때 파는 게 기본 전략”이라며 “하방 경직성을 확보한 국면에서 주식을 매수하기 때문에 약세장에서 상대적으로 덜 빠지고 시장변동성에도 크게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다만 “가치주펀드마다 운용사의 시장대응 전략이 다르고 수익률도 천차만별”이라며 “펀드 선택 전 운용전략이나 최근 수익률을 잘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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