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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짜야 할 국가경쟁전략(사설)
입력1996-12-09 00:00:00
수정
1996.12.09 00:00:00
기업이든 정부든 성공적인 조직이 되려면 변화하는 환경에 잘 적응해야 한다. 외부환경의 변화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뒤처지게 되고 생존마저 위협받게 된다. 잘 아는 대로 GM이나 시어스 로벅, IBM 같이 거대한 기업들이 환경변화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경영상 어려움을 겪었거나 아직도 힘겨워하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즉, 자기의 경쟁자들이 기반을 조금씩 넓혀가며 쫓아오고 있음을 보여주는 여러 징후들을 인식하지 못했기 때문에 이런 어려움을 겪게 된 것이다. 새로 창출되는 기술을 제대로 경영에 접목시키지 못했고 시장에서의 욕구변화도 알아채지 못했던 것이다.지금 우리 나라가 겪고 있는 경제면에서의 어려움도 우리를 둘러싸고 돌아가고 있는 환경의 변화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결과다. 과거 우리의 눈부신 경제발전을 하나의 거울로 삼아 주변의 후발국들이 벌써 오래전부터 우리를 쫓아오기 시작했고, 또 우리보다 선진화된 나라들은 우리에게 기술이전을 기피하기 시작했으며 우리 국내시장을 열라고 벌써부터 재촉했다. 이와 함께 국제적 무역질서도 세계무역기구(WTO) 체제로 바뀌었고 우리의 위상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가입하는 수준으로 격상되었다. 이러한 일련의 환경변화는 우리에게 해외로 적극 진출할 수 있는 기회와 함께 국내 시장을 과감히 열어야 하는 위협을 동시에 가져다 주었다.
○미흡한 변화 대응력
문제는 우리가 이러한 기회와 위협에 슬기롭게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있다. 시장이 글로벌화되어가고 있음에도 우리의 해외진출은 아직도 특정지역에 한정되어 있다. 동남아와 유럽시장에는 어느 정도 진출해 있으나 남미쪽이나 아프리카 대륙으로의 진출은 아주 미약한 형편이다. 미국과 캐나다로의 진출도 시도는 많이 되고 있으나 크게 성공하지 못하고 있다. 이런 모든 점들을 종합해볼 때 주어진 기회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는 점에서 우리의 노력이 미흡했다고 자책할 수밖에 없다.
○등 돌리는 외국인 투자
위협에 대한 대응도 너무 소극적이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내산업을 보호한다는 차원에서 무작정 우리 시장을 개방할 수는 없었겠지만 한국에 투자하겠다는 외국의 기업들로 하여금 등을 돌리게 하는 우를 범한 것은 큰 실수였다고 판단된다. 우리 기업이 영국이나 북아일랜드에 투자 의사를 밝히면 자기나라까지 신청서를 내러 힘들여 올 필요 없다며 직접 우리 나라에까지 와서 신청서류를 받아간다. 이를 볼 때 우리는 외국 투자가들을 너무 박대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신청서도 복잡하게 작성할 필요없이 한 장이면 족하고 현지에 필요한 공장부지도 거의 무료로 대여하겠다는 이들의 투자유치노력은 그동안 우리가 외국 투자가들에게 강요했던 것과 너무나 비교되는 일이다.
기회와 위협에 대한 대응이 부족했던 것과 함께 우리가 가지고 있는 강점과 약점에 대한 분석과 활용도 미흡했음을 부인할 수 없다. 국가적으로 우리가 가진 강점은 더욱 살리고 약점은 슬기롭게 극복해야 한다는 것이 전략의 기초임에도 불구하고 현재 우리의 국가전략이든 기업의 경영전략이든 이에 대한 고려가 없는 실정이다.
○SWOT분석 치밀히
타국에 비해 우리가 갖고 있는 강점은 양질의 인적자원이다. 어느 나라와 비교하더라도 손색이 없는 잘 교육된 인적자원이 풍부하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커다란 자산이 된다. 따라서 고부가가치를 달성할 수 있는 방향으로의 산업구조 재조정만 잘 이루어지면 큰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반면에 우리 경제는 몇 가지 큰 약점들을 갖고 있다. 이미 여러차례 지적된 대로 정부기능의 관료화와 부처이기주의에 기인한 불필요한 규제, 정경유착에 의한 부패의 골이 깊은 점과 기업간 공정한 경쟁이 어려운 점, 경제력이 몇몇 재벌그룹에 집중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한 그룹의 대형화 때문에 환경변화에 둔감하다는 문제도 존재한다. 이러한 약점들을 속히 개선해야 한다는 점은 알고 있으면서도 이를 실행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 안타까울 뿐이다.
경쟁전략수립의 첫걸음은 조직의 강점, 약점, 기회, 위협을 치밀하게 분석하고(소위 SWOT분석) 이를 바탕으로 향후의 진로를 설정하는 것이다. 구호를 앞세운 밀어붙이기식 추진보다는 현상황의 재조명에서부터 시작하는 경쟁력 향상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즉, 우리 앞에 다가오고 있는 기회와 위협을 직시하고 이런 환경변화에 우리가 지니고 있는 강점과 약점을 어떻게 활용 또는 보완해 대처할 것인가를 생각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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