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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뱅크 몰라요"… 우량 매물 M&A로 인지도 키워야

■ 시중銀, 해외 진출 교두보 동남아 가보니

시내 중심서도 찾아보기 힘들어 직접 진출 무의미… 새 전략 시급

현지 정착 20년 넘은 신한銀 韓기업 상대 장사로 체면치레

전문가들 "서민금융 집중을"

베트남 호찌민 중심업무지구 레주언 거리에 위치한 우리은행 호찌민 지점 전경. /신무경기자

"한국은 이 나라(캄보디아)에서 축구·K팝으로 유명해요."

지난 3일. 캄보디아 시엠레아프에서 만난 현지인 쿤(24)씨는 기자가 한국 사람임을 밝히자 축구 얘기부터 꺼냈다. 이야기가 채 이어지기도 전에 한 뚝뚝(오토바이) 기사는 한류스타 샤이니 노래를 틀며 앙코르와트로 향하기도 했다.

축구·K팝 등 체육·문화로 한국이 유명해진 것은 이미 알려진 지 오래. 하지만 한편으로 유명해진 한류를 통해 현지에서 산업·금융에 접목하는 작업은 소홀한 듯한 인상이다.

실제 쿤씨를 비롯해 기자가 만난 베트남·캄보디아 현지인 누구도 "코리아뱅크에 대해서는 들어본 적이 없다"고 답했다. 유명세를 타고 있는 한류(문화)와 달리 현지에서 국내 은행들은 너무나도 초라한 위치에 서 있다는 말이다.

지난달 27일부터 이달 4일까지 8일 동안 베트남·캄보디아 등 시중은행들이 해외진출 교두보로 삼고 있는 동남아 현지를 방문해 현황을 점검해봤다.

결론은 "직접 진출로는 답이 없어 보인다"였다. 즉 이제는 시중은행들이 동남아 해외 진출 자체를 목적으로 삼아서는 안 되고 수단으로 보고 전략을 짜야 한다는 얘기다.

동남아 시내 중심가 곳곳에는 프놈펜상업은행(PPCB)·베트남대외무역은행(Vietcom Bank)과 같은 현지 금융회사들의 간판들이 즐비해 있고 호주뉴질랜드은행(ANZ)과 같은 외국계 은행들이 대형 건물 1층에 입점해 있었다.

한국 은행의 간판은 굳이 찾아야 보일 정도로 작게 붙어 있거나 로고가 높은 층에 위치한 창문 한쪽 아무렇게나 붙어 있는 정도였다.

현지인들에 대한 국내 은행에 대한 인지도는 전무한 상황이다.



만난 현지인들마다 "은행 이용을 해본 적이 없어 모른다"거나 "우리나라에 한국 은행이 있다는 얘기는 처음 들어본다"는 말을 되풀이할 뿐이었다. 그나마 부끄러움을 모면했던 것은 신한은행 덕분이었다. 베트남(호찌민) 입국 당시 출국 심사를 마치자마자 눈에 들어온 것은 외국계 기업인 씨티카드와 국내 뱅크 신한은행 간판이었다.

최근에는 신한베트남은행에서 신한 플래티넘 카드를 보유한 베트남 우량 고객에 대해 별도로 재정입증 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한국 입국을 위한 복수비자를 발급받게 해주고 발급기간도 5일로 단축해주는 등 그 위상을 넓혀가고 있다. 단적인 사례지만 20년 넘게 현지에서 정착한 끝에 현지화에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고 있는 셈이다.

그럼에도 신한은행 역시 소매보다는 현지 진출한 한국 기업을 상대로 장사하는 몫이 크다. 다른 시중은행들은 말할 것도 없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직접 진출보다는 현지에 정착한 은행과 조인트벤처를 꾸리는 법이 리테일(현지)·국내 기업영업을 함께 영위하는 좋은 방안이라고 지적한다. 대표적인 사례가 우리은행의 인도네시아 현지 은행 소다라 인수다. 박태용 우리은행 글로벌사업본부 부행장은 "은행들이 직접 동남아에 진출해 현지 영업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현재까지도 한국 기업 대상으로 영업을 하는 양상이다. 따라서 현지에서 법인화하면서 해당 국가의 시장·문화를 이해하고 추후 우량한 매물이 나오면 인수합병(M&A)을 추진하는 전략이 지금 시점에서는 가장 이상적인 모델인 듯하다"고 말했다.

국내 은행들이 현지 은행을 인수하지 않고서도 현지 소매 영업에 정착하기 위한 현실성 있는 대안은 물론 있다.

최근 마이크로파이낸스(대부업) 영업 허가를 받아 현지에 진출하는 모양새다. 미얀마에서 우리은행이 현지 마이크로파이낸스 회사인 말라스를 인수하고 하나은행이 하나 마이크로파이낸스 법인을 설립한 것이 좋은 사례다. 지방은행으로는 부산은행도 미얀마에 캐피털 형태로 진출했다. 미얀마에서는 캐피털 역시 은행과 업무가 비슷하다는 특징도 현지 진출을 검토하는 데 기여했다.

서병호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동남아 현지 특성상 국내처럼 신용에 대한 기초가 닦여 있지 않는 데다 현지인들도 은행 이용을 잘 안 한다. 은행으로 들어가서 얻을 수 있는 실익이 크지 않다"면서도 "우리나라의 대부업체가 하는 것처럼 시중은행들도 현지에 나가 마이크로파이낸스 같은 서민금융을 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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