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회사 못지않게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시끄러운 게 중소형 조선사의 구조조정이다.
조선업종은 지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2009년 7개사(C등급 5개, D등급 2개), 2010년 3개사(C등급 1개, D등급 2개), 2011년 1개사(D등급), 2012년 1개사(C등급) 등 한 해도 빠지지 않고 구조조정 대상에 포함됐다. 연체율도 꾸준히 상승해 7월 말 조선사의 은행 연체율은 3.82%로 기업대출 연체율(1.44%)보다 월등히 높다. 이는 조선업종의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인데 역으로 그만큼 구조조정이 어렵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대출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채권단은 무턱대고 자금지원을 지속할 수 없고 그런 와중에 대주주는 경영권을 유지하기 위해 버티기 전략을 구사하기도 한다. 조선업의 경영정상화가 3중고의 험로를 걷고 있다는 진단도 이런 이유에서다. 그렇다면 조선업체들과 은행들은 왜 이리도 싸우고 있는 것일까.
①주채권은행-채권단 파열음… 채권단 자금지원 보다 회수 열올려
성동조선부터 SPP조선ㆍ오리엔트조선 등 경영정상화를 놓고 채권단 간의 갈등은 수시로 표출된다.
갈등의 요지는 추가자금지원과 기존 대출자금의 회수다. 주 채권은행은 대출된 자금의 규모 등을 고려할 때 추가로 자금지원을 채권단에게 요구하지만 대출 규모가 작은 채권단은 발을 빼는 데 더 집중한다. 기업개선작업(워크아웃)절차를 밟는 성동조선의 추가자금지원을 놓고 수출입은행과 우리은행ㆍ국민은행의 마찰도 비슷한 맥락이다. 또 SPP조선에 대한 자금지원을 놓고서는 우리은행-수출입은행 등의 마찰이 있었지만 종국에는 4,000억원의 자금지원으로 귀결됐다.
파산위기에 몰린 오리엔트조선은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여부를 놓고 채권단 간의 갈등이 표출된 사례다. 채권은행 중 하나인 우리은행이 도덕적 해이를 지적하며 법원의 기업회생계획 인가 결정에 항고했다. 우리은행은 "대주주의 감자비율이 10대1인데 채권단의 출자전환 비율은 60대1로 대주주가 지나치게 우대받고 있고 회생채권의 변제율도 15.74%로 지나치게 낮다"고 주장하고 있다.
②대주주 도덕적 해이 문제… 경영권 사수 위해 버티기 많아
조선사의 경우 워낙 부실의 규모가 크기 때문에 투입하는 추가대출 규모도 크다. 성동조선의 경우 경영정상화 과정에서 채권단이 추가로 투입하거나 예정된 자금만해도 1조원 가까이 된다. 그 과정에서 채권단은 대주주의 감자 등 책임도 함께 묻고 있지만 버티는 경우도 있다. 경영권을 뺏기지 않겠다는 목적에서다. 채권단의 자금지원은 이뤄지고 있지만 대주주의 10대1 감자 여부가 여전히 확정되지 않는 성동조선을 두고 채권단은 "대주주만 책임을 덜 지려는 모럴헤저드(도덕적 해이)의 발상"이라고 지적했다.
우리은행은 오리엔트조선도 비슷한 사례라고 지목했다. 부실 책임이 있는 대주주가 현행 통합 도산법상 '기존 관리인 유지제도(DIP)'를 악용해 법정관리를 택했고 주 채권은행에만 선순위 담보권을 인정하고 있는 것 자체가 문제라는 것이다. 특히 오리엔트조선이 DIP를 악용해 워크아웃과 달리 기존 경영진이 경영권을 유지할 수 있는 법정관리를 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③자금 지원하면 정상화?… 업황 회복 빨라져야 지원 효과
정상화는 조선업황이 언제 회복되느냐가 관건이다. 조선사의 경영난도 결국 발주 물량이 급감하고 건조비용이 하락하면서 시작됐다. 실제로 지난해 전세계 신규수주 규모는 2007년(9,340만CGT)보다 34.0% 줄어든 3,170만CGT에 불과했다. 수주잔량과 신조선가도 2008년 고점 대비 각각 22.5%, 30% 하락했다. 중소 조선사의 상황은 더욱 심각해지면서 2008년 이후 12개사가 구조조정 됐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중소 조선사의 경우 올해 추가 수주에 성공하지 못하면 연쇄부도 발생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업황의 회복 시점을 놓고서는 금융권 내에서도 시각이 다르다. 오는 2014년부터 개선될 것이라는 시각이 있는 반면 2015년에야 가능하다는 전망도 있다. 시중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는 "2014년이냐, 2015년이냐가 갖는 의미는 매우 크다. 1년 늦춰질 경우 그만큼 자금의 추가지원이 늘어난다는 것이기 때문에 지원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조선업황의 개선 시점이 빨라야 자금지원의 효과가 나타난다는 뜻이다.
④중소 조선사 경쟁력은… 낮은 기술력으론 정상화 힘들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파산하거나 파산위기에 몰린 중소 조선사들은 대체로 기술력이 떨어지는 업체로 평가 받는다. 중소 조선사는 대형3사와는 달리 기술개발에 대한 미래투자가 적었다. 케미컬탱커 위주로 마케팅을 펼쳤던 이들 중소조선사는 수년간 선종 변화를 거의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케미컬탱커는 한중일의 시장 점유율이 1대1대1일 정도로 3국이 골고루 시장을 점유하고 있다. 시장진입만 하면 안정적인 수익이 보장되는 시장이었던 셈. 하지만 2008년 금융위기로 대형 조선사들이 수주 가뭄으로 케미컬탱커 시장까지 손을 뻗치자 속절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업계 관계자도 "금융권으로부터 자금 줄이 묶인데다 향후 경기 전망도 불안해지면서 낮은 기술력으로는 살아남기 힘들다"며 "주로 하던 벌크선·유조선 같은 사업도 대기업이 뛰어들어 경쟁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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