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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환은행 이사회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 6월30일. 금융감독 당국은 론스타가 주당 1,500억원, 총 1조원의 중간배당을 한다는 소식에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론스타가 챙겨갈 돈만 5,000억원에 이른다. 이사회에서 중요한 결의 사항이 있음에도 당국에 일언반구도 건네지 않는 상황. 그렇다고 어떻게 할 방법도 없었다. '통제 불능'이었다. 행장을 찾았지만 부재중이었다. 레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은 배당 결정을 앞둔 사흘 전 베트남으로 출국해 동남아 영업전략회의를 연 후 이사회 하루 전인 30일 저녁에야 귀국한 터였다. 당국은 별 수 없이 이사회 당일인 1일 오전 금융감독원으로 행장을 호출했다. 배당금을 조금이라도 줄여달라고 요청하기 위해서였다. 금융 당국의 한 관계자는 "외환은행의 국제결제은행(BIS) 비율이 14%를 넘기 때문에 감독 당국이 협박할 수 없었다"며 "이익을 모두 배당해버리면 외환은행의 기업 가치는 어떻게 되느냐는 원론적인 말로 설득한 것이 전부"라고 얘기했다. 하지만 클레인 행장은 냉담했다. 론스타 본사 쪽에서 이익을 나누기를 원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그가 던진 말은 고작 "사외 이사들에게 당국의 (고배당 자제) 입장을 전하겠다"는 정도였다. 겉으로 볼 때 '소환'이었지, 실상은 '읍조'에 가까운 부탁인 셈이다. 기세 등등한 론스타에 금융 당국이 쩔쩔 매면서 '애원'하고 외환은행 노조가 강하게 저항했지만 론스타는 냉정하게 뿌리쳤다. 론스타는 이사회가 열릴 예정이던 본점 15층을 점거하자 장소를 장충동 신라호텔로 옮겨 강행했다. 그리고 유유히 천문학적인 배당금을 또 한번 챙겼다. 외환은행 인수협상을 벌이고 있는 하나금융도 고배당을 두 눈 뜨고 바라볼 수밖에 없었다. 인수계약이 유효했던 5월24일 이전까지는 론스타가 배당을 하려면 하나금융의 동의를 받아야 했지만 계약연장에 대한 협의가 진행되고 있는 현재는 하나금융의 동의 없이도 배당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나금융의 한 고위관계자는 "계약연장 협의 과정에서 론스타 측이 배당을 할 것이라는 의지는 전해왔지만 어느 정도 규모로 할지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었다"며 "우리 뜻을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다"고 전했다. 이어 "이번 배당에는 외환은행의 가치와 더불어 계약불이행에 대한 위로금도 함께 들어간 것으로 보고 있으며 그에 합당한 가격협상을 다시 시작할 것"이라고 했지만 론스타 측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문제는 론스타가 앞으로 고배당을 계속 실시해도 이를 견제할 현실적인 방법이 없다는 것이다. 현재 외환은행의 이익잉여금은 4조5,000억원가량으로 론스타는 이 돈에 대해 배당을 요구할 수 있다. 론스타 입장에서는 대주주 자격에 대한 판단이 미뤄지는 수개월, 또는 수년 동안 이익잉여금을 배당을 통해 챙기고 판단이 나온 후 외환은행 매각을 다시 추진하면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다. 당장 올 하반기에도 하이닉스 매각이 성공하면 외환은행으로 수천억원의 특별이익이 들어온다. 클레인 행장은 이날 이사회 직후 약 2주간 장기휴가를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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