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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인한 14일, 솔로 “보는게 곤욕”,커플 “챙기는게 곤욕”

11월 14일엔 데이 무려 6개나


최근 몇년간 애인이 없었던 회사원 박모(28)씨는 매 달 14일마다 사무실에 앉아있는 게 가시방석이다. 5월 14일 연인들이 장미 꽃을 주고 받는 ‘로즈데이’를 기념하기 위한 꽃바구니가 회사 사무실로 쉼 없이 도착했다. 2월 14일엔 초콜릿 바구니가, 3월 14일엔 사탕 바구니가 동료 회사원들에게 전해졌다. “연인들이 선물을 주고 받는 기념일을 비난할 수는 없다”면서도 “매 달 14일마다 반복되는 선물 공세를 보고 있으면 무슨 기념일이 이렇게 많은지 보고 있기 민망할 정도다”고 박씨는 토로했다.

커플들에게도 매 달 14일은 부담스런 날이다. 생일 등 연례 기념일에 더해져 14일 월례행사까지 챙기기에는 피로감이 적지 않다는 것이다. 연애 5년차 회사원 황모(27)씨는 “연애 초반에 매 달 14일에 맞춰 조그마한 선물이라도 준비해 작은 이벤트를 마련했지만 금전적으로도 부담이고 매달 의미도 없는 기념을 챙기는 것도 식상해 서로 하지 않기로 합의했다”고 말했다.

매 달 14일인 연인들의 월례 기념일이 퇴색하고 있다는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기업들의 상업성이 저변에 깔려 있어 소비를 조장하고, 그 숫자도 과하다는 게 이유다. 11월 14일은 ‘무비데이’를 포함해 ‘쿠키데이’, ‘오렌지데이’ 등 무려 6개의 데이가 겹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기념일이 상술에 의해 생기고 없어지기를 반복고 있다.

국내 제과 업계 관계자는 “연인들의 기념일이 많은 매 달 14일엔 연인들을 겨냥한 판촉

행사가 봇물처럼 쏟아진다”며 “저가 실속상품이라는 핑계로 그럴싸한 포장만 해 부실 덩

어리인 제품을 판매하기도 한다”고 밝혔다.

5월이 대목인 장미는 최근 기온 상승으로 도매 값이 폭락하고 있는데 반해 소매값은 떨어지지 않는 기현상을 보이고 있다.

11일 농수산물유통공사(aT)에 따르면 서울 양재동 화훼경매시장에서 빨간 장미인 ‘카버넷’

1속(10송이)은 지난 3일 평균 4,529원에 거래됐으나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7일에는 3,175

원, 10일에는 1,946원에 팔렸다. 일주일 사이 57%나 하락한 것으로 작년 이맘때와 비교했을 때 28.4% 떨어졌다.



하지만 소매 장미값은 요지 부동이라는 게 업계의 설명이다. 5월 가정의 날과 로즈데이가 겹친 이맘때 장미 소비가 늘기 때문이다.

A영농법인 대표 김모(52)씨는 “최근 기온 상승으로 자연개화분(자연기온으로 핀 꽃)이 늘고, 일본 엔저 현상으로 일본 수출길도 어려워진 이 때 소매업자들은 장미 수요 급증에 맞춰 가격을 내리지 않고 5월 대목을 맞보고 있다”고 토로했다.

물론 매 달 14일엔 선물만 주고 받는 것은 아니다. 6월 ‘키스데이’, 12월 ‘허그데이’

등 연인간 스킨쉽을 통해 서로의 애정을 확인하는 날도 있다. 솔로들의 애환을 위로하는

데이도 있다. ‘발렌타인데이’와 ‘화이트데이’때 선물을 받지 못한 솔로들이 모여

자장면을 먹는 4월 ‘블랙데이’나, ‘로즈데이’ 때 장미를 못 받은 이들이 노란 옷을

입고 모여 카레를 먹는 ‘옐로우데이’도 있다.

/김원진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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