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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연금이 삼성물산(000830)과 제일모직(028260) 합병에 대한 찬반 의결권 행사 결정을 10일로 미뤘다. 이에 따라 시장에서는 국민연금이 오는 17일 열리는 삼성물산 주주총회 직전까지 주가와 여론의 추이를 봐가며 최종 결론을 내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국민연금기금운용본부는 9일 개최할 예정이었던 투자위원회를 하루 연기했다. 투자위는 당초 이날 회의를 열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에 대한 찬반 의결권 행사를 직접 할지 아니면 의결권전문위원회로 넘길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투자위는 홍완선 기금운용본부장이 위원장을 맡고 있으며 본부 실장급 인사 7명과 팀장급 인사 3명 등 최대 12명으로 구성된다.
국민연금이 투자위 개최를 미룬 것은 국민연금에 쏠린 세간의 관심에 부담을 느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현재 국민연금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의 캐스팅 보트를 쥐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 의결권 자문기관인 ISS에 이어 국민연금의 국내 주식 의결권 자문기관인 한국기업지배구조원마저 이번 합병에 반대할 것을 권고하면서 국민연금의 결정은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국민연금 관계자는 "ISS와 지배구조원의 권고는 참고사항일 뿐"이라면서 "투자위를 아직 열지 않았기 때문에 합병 찬반 여부도 밝힐 수 없다"고 말했다. 실제 국민연금 결정의 키를 쥐고 있는 홍 본부장은 여러 경로를 통해 이번 합병의 찬반 여론을 확인하며 국민연금의 결정이 미칠 영향에 대해 분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로서는 국민연금이 이번 안건을 의결권전문위에 넘길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투자위가 연기되면서 의결위 개최까지 시간이 촉박한데다 이번만큼은 자본시장의 뛰어난 인력들이 모여 있는 기금운용본부가 책임을 갖고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기 때문이다. 연기금의 한 관계자는 "이번 의결권 결정은 우리 경제와 자본시장, 대기업의 지배구조, 투기 성향인 행동주의 헤지펀드와의 대결구도 등에 미칠 영향이 과거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클 것"이라면서 "사안의 중대성에 비춰보면 비전문가 집단보다는 국민연금이 자체 판단을 내리는 것이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10일 열릴 회의에서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직접 행사하거나 17일 주총 전까지 상황을 봐가며 최종 결론을 내리는 방안을 논의할 것으로 예상된다. 국민연금이 의결권전문위에 찬반 여부를 위임하는 대신 직접 결정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이 경우 국민연금은 주총에 임박해 투자위를 다시 열고 삼성물산 주가흐름을 봐가며 의결권을 행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국민연금은 의결위에 안건을 부의하지 않을 때 이 같은 전략을 써왔다. 더욱이 국민연금은 삼성물산(11.61%) 외에도 제일모직(5.04%)의 주식을 비슷한 규모(평가액 기준)로 보유하고 있어 제일모직의 주가변동도 확인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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