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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호산업 매각가 협상 '빈손'… "7935억" vs "더 낮추자" 팽팽

산업銀, 채권단 긴급회의 열었지만 최종가격 합의 못해

"7000억대 후반은 과도… 현실적 가격에 팔자" 목소리

27일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금호산업 채권단 회의장으로 실무자들이 입장하고 있다. 이날 회의는 매각가격을 둘러싼 채권단 내부의 이견이 충돌하면서 결론을 내지 못했다. /=연합뉴스

금호산업 채권단이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에게 제시할 매각가 협상에 실패했다. 채권단 내에서 8,000억원선을 제시하는 미래에셋 등 재무적투자자(FI)들과 "가격을 더 낮춰서라도 이번엔 팔자"는 일부 채권단의 의견이 강하게 충돌하면서 이날 결론을 내지 못했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호산업 지분 0.5% 이상을 보유한 22개 채권금융기관들은 이날 오후2시부터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에서 긴급회의를 가졌지만 의견 차이만 확인한 채 1시간여 만에 종료됐다.

채권금융기관 간 이해가 첨예하게 엇갈리고 있는 상황이 다시 한 번 확인되면서 박 회장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작업이 앞으로 상당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산업은행은 이 자리에서 금호산업 매각 범위로 7,500억원에서 8,600억원을 제시했다. 이는 주당 가격을 4만5,000원에서 5만원으로 책정했을 때의 가격이다.

산은은 가격 제시와 함께 채권단 의견을 취합한 결과 8,000억원선을 요구하는 채권단이 25%에 달한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채권단의 75%가 동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25%의 채권단이 8,000억원선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은 그 이하의 가격을 제시할 경우 안건이 부결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FI를 대표하는 미래에셋은 8,660억원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일부 채권단들은 "8,000억원선은 채권단 75% 이상의 동의는 얻을 수 있을지 몰라도 매각의 현실 가능성은 없는 금액"이라며 맞선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FI가 손해를 보지 않는 것도 중요하지만 적기 매각을 놓치면 이 가격도 받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채권단 관계자는 "8,000억원선의 가격은 매각 현실 가능성이 전혀 없는 가격"이라며 "다시 공개매각으로 돌아섰을 때 매수자가 있을지도 모르는 상황에서 이번에 현실성 있는 가격을 제시해 무조건 팔아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FI들은 다시 공개매각으로 가도 매각 가능성이 있다는 입장이다. 호반건설이 유일하게 참여했던 과거 1차 공개매각 당시에는 금호의 우선매수청구권이 유효했기 때문에 다른 매수자들이 공개입찰에 들어오기가 부담스러운 상황이었지만 이제는 금호 카드가 사라졌기 때문에 상황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한편 산은은 지난 25일까지 채권금융기관들로부터 희망 매각가격을 제출받아 최종 가격을 조율한 후 채권단 동의 절차를 밟을 예정이었다. 하지만 전날까지 의사 표시를 하지 않은 기관도 있고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을 제시한 곳도 있어 최종 제안가격을 산정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고 판단, 이날 긴급회의를 소집했다.

하지만 이날 회의가 무산되면서 산은의 고민은 더욱 깊어졌다. 채권단 내에서 안건 타결 가능성과 매각 가능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만약 금호산업 관련 판이 깨져 매각작업이 장기화할 경우 쏟아질 채권단에 대한 비난 여론도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다. 산은은 채권단의 의견을 다시 수렴한 후 조만간 회의를 개최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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